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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강자’ 호반건설, 금호산업 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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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공급 중단으로 성공 신화 제동…인수설로 이미 홍보 효과 ‘톡톡’

(김병화 한경 비즈니스 기자) 1989년 전남 광주에서 자본금 1억 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대한민국 굴지의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불과 25년 만이다. 회사의 규모는 2015년 현재 자본금 100억 원(매출 2조5000억 원), 직원 400여 명으로 커졌다. 시공 능력 평가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2012년 49위, 2013년 24위)하더니 2014년에는 15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호반건설’ 얘기다.

호반건설은 주택 사업의 비중이 99%에 달한다. 말 그대로 ‘올인’했다.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 사업의 특성상 요즘처럼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 호반건설의 행보는 이 같은 업계의 정설에 역행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호반건설의 실적은 반대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0년 5961가구, 2011년 6053가구, 2012년 8052가구, 2013년 4271가구, 2014년 1만5365가구 등 5년 동안 무려 4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특히 지난해 1만5365가구 일반 분양은 업계 최대 규모로, 분양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만5000여 가구 중 오산 세교 10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완판시켰다. 이쯤에서 언급해야 할 인물이 있다. 호반건설 창업주 김상열 회장이다. 그동안 호반건설을 진두지휘해 왔고 호반건설의 미래도 그의 손으로 그려지고 있다. 김 회장을 통해 호반건설의 성장과 주택 사업 불패 신화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그분은 땅 보는 눈이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좋은 땅을 싸게 매입해 집을 짓고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니 잘되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A건설사 관계자)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땅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대 중·후반 당시 택지지구(신도시)는 금융 위기와 무분별한 지구 지정의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저평가받고 있었다. 김 회장은 택지지구를 과감히 매입한 뒤 자체 시행과 시공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 결과 보란 듯이 분양에 성공했다. 200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한 용인 흥덕지구, 인천 청라지구, 청주 강서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땅 보는 안목 남다른’ 회장님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땅들은 이제 없어서 못 파는 ‘금싸라기’ 땅이 돼 버렸다”면서 “토지를 싸게 매입해 지은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렸으니 그 이윤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가격의 토지 매입은 분양가 인하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모델하우를 찾은 방문객의 반응이 “조금 비싸긴 한데 사도 괜찮을까”라면 호반베르디움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은 “정말 싸네”라고 말한다. 이 차이가 크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 회장은 보수적인 경영을 펼치는 오너로 유명하다. 외형 성장에 얽매이지 않고 내실 있게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기존 분양 사업지, 부동산 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신규 분양을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업 리스크를 관리했다. 또한 보유 현금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 100% 전액 현금 결제’라는 호반건설의 독특한 경영 기법도 같은 맥락이다. 적기에 현금을 공급하면서 절감시킨 비용을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하며 풍부한 유동자금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사업 부지 수주의 기회로 활용했다.

김 회장의 보수 경영이 신중함과 느림의 미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합리적인 모습도 보였다. 신규 주택을 공급하면서 그때마다 소비자들의 평가를 반영해 그다음 사업지에서 적용했다. 이는 ‘남향 위주의 배치’, ‘주부의 가사 동선을 고려한 인테리어’, ‘다양하고 풍부한 수납공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분양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2015년 가장 핫한 건설사로 떠오른 호반건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분위기를 탄만큼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반면 ‘택지 공급 중단’과 ‘금호산업 인수전’ 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지분 사들여 평가 차익 수백억 원
일단 주택 시장에서의 호반건설의 무서운 상승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1분기까지도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호반베르디움’에 대한 인지도도 동반 상승 중인 만큼 주택 시장에서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 회장의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당선도 향후 호반건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상의는 3월 20일 제22대 회장으로 김 회장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정·재계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의 특성상 크고 작은 다양한 부분에서 플러스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그동안 호반건설이 집중해 온 ‘택지지구’의 공급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면서 2017년까지 신규 택지지구를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택지지구 공급 중단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며 “직영 임대 방식의 상가 운영과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판교·광교 등에서 선보이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 정비 사업 관련 인력도 충원하며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기 위한 호반건설의 사업 다각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에는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수주 사업에서도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에 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일단 호반건설이 무리한 금액으로 입찰한다면 자금력에 이상 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탄탄한 자금력은 호반건설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혔던 만큼 주력인 주택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호산업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이미 호반건설은 재미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의 주식 6.16%(204만8000주)를 매입하면서 당시 1만 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현재(4월 9일 기준) 2만3750원까지 오르며 이미 수백억 원의 차익을 얻은 상태다. 또한 ‘금호산업 인수설’을 통한 홍보 효과도 이미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설이 이슈가 되다 보니 이제 호반건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서 “일각에서는 이미 1000억 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봤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 건설업과 항공업의 상당한 시너지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kb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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