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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저성장 시대의 대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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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기업 바이오젠 올 들어 26% 급등…헬스케어·IT 업종도 주목

(이현주 한경 비즈니스 기자) 올해 1분기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점을 잇달아 경신했다. 다우존스는 3월 2일 1만8288.63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17.3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1분기 0.4% 올라 9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5000선을 돌파하며 역사상 신고점을 목전에 뒀다.

미국 증시에서 연초 대비 가장 놀라운 성적을 보인 주역은 나스지수다.

S&P500지수가 0.4% 오르고 다우지수가 0.3% 하락하는 동안 나스닥지수는 3.5% 상승했다. 미국 주요 3대 지수 중 한국의 코스닥과 비교되는 나스닥은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기업이 포함된 신성장 산업을 담고 있다.


활발해진 바이오 기업의 M&A
섹터별로는 바이오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지금 바이오주는 글로벌 주도주로,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증가와 인수·합병(M&A) 활성화로 주가를 끌어올리며 ‘버블 논쟁’까지 불거진 상태다. M&A 이슈가 많다는 것은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는 산업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바이오주를 추종하는 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는 2014년 3월 이후 1년 사이 50% 급등했다. 올 들어서만 15% 올랐다. 특히 바이오테크 주식을 대표하는 바이오젠은 1분기에만 26%나 급등했다. 비리니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바이오주가 나스닥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3%밖에 안 되지만 지난 1년 동안 나스닥지수 상승세의 27%를 주도했다. 바이오와 함께 정보기술(IT)주도 상승을 이끈 업종 중 하나다. 주요 IT 대기업이 포함된 나스닥100테크지수는 지난 6개월간 7.3%, 올 들어 1.4% 상승했다.

나스닥은 바이오와 IT 비중이 약 40%로 높다. 애플만 보더라도 S&P500지수엔 5%인 반면 나스닥에선 10%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바이오와 헬스 케어에 쏠린 관심이 나스닥지수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실적과 유가도 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바이오, 헬스 케어, IT, 경기 소비재 등은 유가 하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유가 급락으로 기업들의 실적에 적색등이 켜진 가운데 애플은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의 우려를 깨고 견조한 성장을 과시했다. 반면 상품 가격과 직결되는 산업재·에너지 등은 유가 급락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부진했다.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큰 그림에서 볼 때 나스닥과 바이오주의 약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대형주에서 과거만큼 높은 성장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성장 산업을 담고 있는 나스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경기 회복에 따라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미국이 먹을거리를 고민하면서 미래 성장 산업을 찾는 것”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바이오·IT 등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기타 다른 국가에 비해 축제의 장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올 1분기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서다. 최고치를 돌파하긴 했지만 1분기 전체로 봤을 때 미국 증시는 정점을 찍고 다소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S&P500지수를 기준으로 2000~2100 사이에서 움직이며 짧게는 3월 이후, 길게는 지난해 11월 이후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책 효과로 움직였던 미국 증시가 출구전략과 긴축에 들어가고 기업 및 실물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주가가 경기에 훌쩍 앞선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의 수급 주체는 미국 내 개인 투자자로, 약 33%의 비중을 차지한다. 실물의 힘없이 돈의 힘만으로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사기 어렵다.

올해 1분기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게 원인이었다. 미국 증시를 이해하기 위한 두 개의 지표, 비농업 고용 지표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 지표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둔 것이다.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2만6000명으로 월가 예상치(24만5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ISM 제조업지수는 전월보다 하락한 51.5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다른 국가와 통화 정책 스탠스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 사항이다. 유로존과 중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미국은 금리 인상의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강달러 현상은 미국 수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S&P500 기준으로 약 40%의 기업이 해외에서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달러 강세에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축제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유로존·중국·일본 등 다른 글로벌 증시에 비해 덜 올랐을 뿐 큰 틀에서 상승 추세를 유지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풍부한 유동성,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힘이다.

미국은 사실상 글로벌 증시 축제의 시작점이다. 과거 50년을 돌아볼 때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주체는 10년 단위로 바뀌어 왔다.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미국, 2000년대 중국 및 신흥 시장이 상승을 주도해 왔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도권은 선진국 주식 시장, 미국으로 넘어 왔다. 더 정확하게는 금융 위기 이후 통화정책이 이끌어 온 장세다.


미국 증시, 6년째 상승 국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QE)를 계기로 미국 증시는 6년째 상승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제3차 양적 완화(QE3)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S&P500지수가 약 600포인트 오르는 등 분기마다 계속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다우지수는 2013년 역사적 신고가에 진입한 이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주식에 등 돌릴 뻔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머무르게 하고 글로벌 축제를 연 주인공인 셈이다. 그리고 유로존과 신흥국 등에서 잔치가 열리는 동안 묵묵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실물 지표의 부진은 미국 증시에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고 있다. 경기 부진 우려로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6월에서 9월 이후로 후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이 환호하기 때문이다. 경기 지표는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배경이면서 동시에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현재 미국 증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2분기 실적 정상화 여부다. 4월 8일부터 제조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미국의 어닝 시즌이 개막했다. 실적의 뚜껑을 열어 실물의 힘을 확인해 봐야 한다. 강달러 여파가 실적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초점이다.

1분기 부진했던 경기 지표는 유가 반등을 시작으로 4월 들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Fed가 4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기가 좋아도 금리 인상의 압박 없이 고스란히 과실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4월 말까지 지속된다.

미국 증시는 지금 어느 곳으로 갈지 모르는 기로에 서 있다. 추가 상승과 큰 폭의 조정의 길을 두고 전문가마다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달러 강세의 부담을 덜면서 출구전략도 시행해야 하는 이중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미국 증시가 계속해 ‘축제의 호스트’가 될 것인지, 혹은 ‘마지막 축제’를 누릴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charis@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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