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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타인에 대한 이해가 위기를 푸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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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며칠 전 신격호 신동빈 롯데 오너 일가가 내년 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집무실을 옮길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롯데월드타워는 높이 555m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으로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잦은 사고와 주변지역의 침하가 이어지면서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지요.

롯데 경영진이 롯데월드타워에 집무실을 낸다는 것은 이같은 세간의 우려를 정면에서 돌파하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소비자들이 가진 위험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데요.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가장 유효한 해결책입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명성관리를 컨설팅해온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경영진의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이벤트성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모든 건물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게 이슈지요. 조직 내부에 체계적인 대응 프로세스, 교육프로그램 등을 갖춰야 하는데요.

이걸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제3자 즉, 시민에게 개방하고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는 지를 제시하는 일입니다.


길 위에 있는 자동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신호등도 있고 건널목도 있고 교통경찰도 있음을 보여주는 식이지요. 이걸 보여주고 느끼도록 해줘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위기에 직면하면 늘 대응이 늦습니다. 타이밍이 한 발 늦는 이유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마음을 갖기 때문입니다. 물론 관련 정보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 만큼 시간을 벌어서 정확히 판단하겠다는 계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솔직히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바비인형'을 만드는 마텔社의 대표는 장난감에 유해물질이 발견되자 직접 영상 메지지를 전했는데요. "리콜을 결정했다. 안전성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 모든 고객이 나의 아이들이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경영자가 직접 단호하게 사실을 전하고 강한 신념을 실은 거지요.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9·11 테러 직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을 잊지 않으리"란 제목의 연설문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아무도 이 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앞으로 나아갑니다.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며 이뤄집니다."였습니다. 위기는 언제든 겪을 수 있지만 한 기업의, 한 사회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강 대표는 "예를 들면 24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한다는 데드라인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에는 명확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까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 신속한 메시지야말로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기업들은 위기 시에 대응 가이드라인은 갖고 있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허둥지둥대는 게 일반적입니다. 위기에 대한 '학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기 관리 차원에서 사전에 '의사결정 토론' 같은 것도 필요합니다. 이해 관계자는 물론 제3자의 관점에서 풀어가기 위해서지요. 기업, 정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위기 불감증'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