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템플스테이 체험기…‘1만원의 행복’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명상 문화스포츠부 기자) 5월1일부터 14일까지 봄 관광주간이 펼쳐집니다. 내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된 것이죠. 아이들이야 그저 신나겠지만 부모들의 걱정은 깨나 클 것입니다. 특히 시간과 비용, 어디로 떠나느냐가 문제죠.

템플스테이는 이런 고민을 싹 날려줍니다. 관광주간 동안 전국 7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체험을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행복만원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니까요. 식사와 숙박까지 포함해 단돈 1만원입니다. 평소 대비 80% 이상 할인된 비용이죠. 이 가격에 각 사찰마다 선보이는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템플스테이 예찬론자입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한번 경험한 이후 반해버렸죠. 가장 최근에 다녀온 것은 지난 설 연휴입니다. 친척들의 잔소리도 피하고, 그냥 뒹굴뒹굴 쉬고 싶기도 했고, 정신적 휴식도 얻을 겸 경기도 가평의 백련사로 떠났죠. 여러 프로그램 중 저녁예불과 새벽예불 참여를 자율에 맡기는 ‘휴식형’을 선택했습니다. 주지 스님은 “그냥 삼시세끼만 잘 챙겨먹으면 돼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백련사는 아담하고 조용했습니다. 절 뒤편으로 20여분을 올라가면 아람드리 잣나무 숲이 사방 4㎞에 펼쳐졌죠. 그저 숨만 쉬는데도 천연삼림욕장에 온 것만 같았습니다. 설이라 가족 방문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혼자 온 분들이 많아 어색하지 않았던 것도 좋았고요. 사찰 관계자는 “혼자 오는 참가자의 비중이 30%를 넘을 때도 있다”고 말하더군요.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하고 산행을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때로 속 깊은 이야기도 오고 갔고요.

다음날 아침예불에서는 108배를 드리며 스스로의 지난 생활을 반성했고, 밝아오는 새벽빛을 바라보며 명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입이 짧아 걱정했는데 식사도 기대 이상이라 놀랐습니다.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채식이 소박하지만 알차게 나오더군요. 최근 인기 폭발인 한식뷔페가 부럽지 않은 식단이었습니다. 김치가 워낙 시원하고 맛있어서 장난스레 “절 김치에 젓갈을 넣은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요리하는 분은 손사래를 치며 “절대 아니다. 과일 등을 갈아 넣어 맛을 낸다”고 말씀하셔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독방을 신청했기 때문에 식사 후 방에 들어가면 혼자만의 시간이 펼쳐졌습니다.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으니 방해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잠은 보약. 졸리면 바로 잤습니다. 깨고 나면 가져간 책을 꺼내 정독했습니다. 고요한 산사에서 책을 읽다 보니 고고한 선비가 된듯한 기분에 독서의 기쁨이 배가되더군요. 그렇게 평소에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책 3권을 완독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중독됐던 저에게 신선한 계기가 된 것은 물론입니다. 템플스테이를 마칠 때 주지 스님이 절 보더니 “올 때보다 훨씬 얼굴이 맑아졌다”고 웃으시더군요. 그만큼 제대로 쉬고, 배우고, 마음으로 자연을 만난 것이겠죠.

종교를 떠나 지친 일상에 잔잔한 휴식을 주는 템플스테이. 이번 관광주간에 진행되는 ‘행복만원 템플스테이’는 1만원에 사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홈페이지(templestay.com)를 통해 17일 오전 11시부터 예약을 받습니다. 평소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선착순 1만명에 적용되는 만큼 서두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1박2일 1만원, 당일 5000원./ terry@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