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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흘리는 경쟁사에 속타는 대우건설,강남 재건축 수주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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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증권부 기자) 요즘 주식시장에선 건설주가 뜬다고 합니다. 주택 경기가 되살아나며 주택 공급을 활발히 하는 건설회사가 각광받는다는 얘긴데요.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의 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올 상반기에만 반포동 삼호가든맨션3차,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15차 등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거든요. 대형, 중·소형 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수주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헌데 이 시장에서 웃지 못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대우건설입니다.

대우건설의 큰 콤플렉스 가운데 하나는 강남지역에 랜드마크 단지가 없다는 거예요. 지난해 서초동에서 서초삼호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을 분양하긴 했지만, 이 단지는 2017년이나 돼야 준공됩니다. 2014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5위 업체인 데다 ‘푸르지오’ 브랜드 선호도도 높은 편이지만 업체를 대표할만한 단지는 막상 떠오르지 않아요. 예컨대 삼성물산의 ‘반포래미안푸르지오’, GS건설의 ‘반포자이’, 현대산업개발의 ‘삼성동 아이파크’, 대림산업의 ‘반포아크로리버파크’ 처럼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요즘 부동산 경기가 좋은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영 지지부진합니다. ‘매각설’ 때문입니다. 대우건설의 지분 50.75%는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밸류제6호’로 갖고 있는데요. 이 펀드의 1차 만기가 오는 10월입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올 하반기에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할 지가 관심사입니다.

경쟁 건설사들은 이 부분을 대우건설의 약점으로 활용합니다. 조합원들에게 “산업은행이 10월 대우건설 지분을 팔면 회사가 어려워질 것”, “경영이 불안정하면 사업 추진도 힘들다”고 강조하는 것이지요. 조합원들로서는 사업성을 해칠 만한 티끌만한 위험도 부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흑색선전(?)의 효과는 꽤 크다는군요.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확정된 게 아닌데, 10월이 만기라는 점은 사실이라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며 “우리 입으로 경영 안정성에 영향이 없다고 말해도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실제로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에 매각은 힘들고 펀드 만기를 2년 더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이같은 상황이 답답하겠지만,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일 지도 모릅니다. 매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할 ‘그 무엇’을 제시하는 게 대우건설이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 아닐까요.
/apple@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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