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한 '요리 천재'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입니다. 텔레그라프는 14일(현지시간) 왓슨과 미국 요리교육협회(ICE)가 공동으로 쓴 요리책이 출간된다고 같은 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오파디(Jeopardy)'에서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물리쳤던 바로 그 왓슨을 말하는 겁니다.
IBM은 몇년 간 왓슨에 각종 조리법과 식품정보를 입력시켰습니다. 음식의 화학적 조합이나 영양소 정보, 문화적 선호 등을 고려해 몇 가지 조리법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요리교육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65가지 요리를 추려내 '왓슨 주방장과 함께하는 인지요리(Cognitive Cooking with Chef Watson)'라는 책으로 내 놓았습니다.
왓슨은 기존 조리법을 차용하긴 하지만 약간 변화를 줍니다. 예를 들어서 왓슨의 터키식 브루스케타는 일본 가지, 수막(중동지역의 전통 향신료), 말린 오레가노, 파프리카와 파마산 치즈를 재료로 씁니다. 일반적으로 브루스케타에는 토마토를 올려 먹는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특이합니다.
IBM은 왜 왓슨에게 주방장 역할을 주었을까요. 왓슨과 같은 '인지컴퓨터(Cognitive Computer)', 즉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컴퓨터의 유용성을 누구나 알기 쉽게 실생활에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IBM 왓슨연구소 대표인 스티브 아브람스는 "요리책 출간 덕분에 일반인들이 '인지능력을 갖춘 기계'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컴퓨터적 창의력이 가진 힘을 설명하기 더 쉬워졌다"고 설명합니다.
인지컴퓨터 왓슨은 이미 의료계 금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 MD 앤더슨 암센터는 의사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역할을 왓슨에게 맡겼습니다. 씨티그룹은 왓슨에 금융정보를 입력해 투자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이제 인지를 기초로 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조리법까지 제안하면서 인간 삶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로봇'(2004)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모든 생활 편의를 제공해주는 2035년 지구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왓슨이 계속 발전하면, 영화처럼 20년 뒤에는 인지컴퓨터가 인간 삶에서 떼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