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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실크로드엔 오아시스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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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이 추진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이 국제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일대일로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에 50개국 이상이 창립멤버로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일대일로는 글로벌경제의 부양책으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를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기대가 잇따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지요.중국의 신실크로드를 따라가면 중국과 세계 경제를 번영시킬 오아시스가 기다릴 것이라는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CNBC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C)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보고서를 인용해 신실크로드에 내재된 리스크를 짚었습니다.그들이 경제 측면에서 주목한 신실크로드 리스크는 들여다볼만합니다.

이들이 주목한 리스크는 중국이 지속발전을 위해 추구해온 성장방식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게 첫번째입니다.두 번째는 재정취약국의 디폴트 리스크를 키워 채권국인 중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중국 건설업체들이 현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네 번째는 신실크로드를 지나는 길목에서 기존의 맹주인 러시아와 인도를 자극시킬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이들 보고서에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인프라 투자 역시 과열되면 과잉공급에 따른 거품 붕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이들 5대 리스크를 짚어봅니다.

첫번째 리스크는 일대일로가 중국이 성장동력의 무게중심을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이전시키는 성장방식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일대일로를 내세워 인프라 투자 지출을 늘리려 할 것이고,이는 단기적으로 투자증대를 이뤄 경기부양 효과를 갖겠지만 내수 주도의 경제구조로 조정하는 노력에는 되레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두번째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신실크로드를 따라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하는 나라 가운데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나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나옵니다. 경제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이들 국가가 신실크로드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거액의 자금을 받게 되면 고위험 채무국이 늘어나게됩니다. 중국으로선 디폴트리스크에 노출되는 겁니다. 중국은 이미 쌍방향 협정을 통해 개도국 등에 빌려준 자금이 디폴트될 리스크에 처한 상황입니다.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입니다.AIIB가 재정건전성을 따지지않고 무리하게 이들 고위험 채무국에 자금을 빌려줄 경우 중국이 안고 있던 디폴트리스크를 다른 회원국들도 함께 떠안을 수 있습니다. 이들 채무국의 디폴트는 중국 경제는 물론 자금을 댄 나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리스크는 정치적 리스크입니다. 중국의 일부 건설업체들은 이미 해외사업을 벌이면서 노동자 착취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아프리카의 중국 업체 건설현장에서 시위가 잦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 건설업체들의 노무관리가 선진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신실크로드를 따라 수준 미달인 중국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오히려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기존의 맹주역할을 해온 러시아와 인도가 불편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인도와 러시아가 AIIB 창립멤버로 참여하는 등 일대일로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이들은 중국의 협력자 뿐 아니라 견제세력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다섯번 째는 거품 붕괴 리스크입니다.전세계 주요국가들이 경기부양책으로 내건 인프라 투자 확대의 전제는 인프라 투자는 과열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인프라투자는 그러나 만능 열쇠일까요. 제가 예전에 올린 ‘중국에서 19세기 '영국 철도 거품'이 재연될까?’(http://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category=AA006&aid=201411074949A)의 일부 내용입니다.

“중국 당국은 철도에 대한 투자를 낙후지역의 물류와 생활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수준이 뒤진 것을 근거로 내세웁니다. 부동산이나 과잉공급 업종으로 비판하는 철강 시멘트 등 제조업종에서 이뤄지는 투자와는 격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철도 건설 거품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철도 거품이 대표적입니다.

19세기 영국의 철도 거품과 지금의 중국 철도 붐의 유사성 여부를 따져볼 만합니다. 역사 만한 교과서가 없습니다. 영국에는 '철도왕 조지 허드슨'으로 불리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당시 첨단기술로 꼽히던 철도를 대중에게 적극 알려 블랙홀처럼 사회자금을 빨아들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기술과 민간자본의 탐욕이 결합하자 거품은 금세 형성됐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철도 투자를 늘리면서 종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게 있습니다. 민간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게 그것입니다. 지난 2014년 10월24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투융자시스템의 혁신을 강조하며 정부사회합작(PPP,Public—Private—Partnership) 방식을 적극 확산시키라고 주문했습니다.

국유기업이 독점해온 철도와 전력 등에 민간자본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특히 국유기업 개혁의 카드로 내세우는 게 혼합소유제(민간 지분 참여)입니다. 민간에 경영권을 당장 넘기지는 않지만 그동안 민간이 참여하지 못했던 영역의 국유기업에도 민간이 지분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1997년 시작된 혼합소유제를 다시 적극 확산시키겠다는 게 시진핑 정부의 구상입니다.

철도 건설에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점에서 19세기 영국 철도 거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제 철도는 민간자본가들을 탐욕에 눈 멀게 할 신기술이 아닙니다.그러나 고속철도가 있습니다.중국이 고속철도 투자에도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PPP를 적용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그럴 경우 투자거품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의 철도 투자에 민간이 참여하지만 주도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철도 거품과 다릅니다. 당시엔 정부 개입이 거의 없어 같은 지역에 철도노선이 깔리는 중복 투자가 많았습니다. 중국의 철도 투자는 정부가 조정하기 때문에 중복투자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국 철도 투자 러시에서 아직 영국 철도 거품의 그림자를 찾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수요를 무시한 투자 러시 역시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국에 철도 투자 거품이 100%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문제는 중국이 초고속으로 깔고 있는 고속철도망과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항건설이 동시에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중국에서 고속철도 확산 탓에 항공사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는 건 이젠 뉴스도 아닙니다.

게다가 일대일로는 단순한 원조사업이라기 보다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민간자본도 함께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진행될 것이라고 중국 당국은 누차 강조합니다. 자칫 과열투자로 이어져 거품붕괴로 이어질 경우 후유증이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신실크로드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우울한 시니리오만을 상정할 필요는 없습니다.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신 실크로드에 묻혀있을지 모를 ‘보이지 않는 지뢰’를 파악하고 이를 거둬내는 노력도 필요해보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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