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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미리 보기,'축지법과 비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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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먼 미래의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한 건물, 흰색으로 칠해진 방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둥글게 둘러진 큰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바닷물뿐이죠. 혼자 일과를 보내는 사람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실험을 하는 듯 움직이는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다음 달부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한국관에 전시될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의 한 부분입니다. 한국관 개관 20년을 기념하는 10분30초 분량의 작품이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한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함께 작업했고요. 7채널 영상설치 작업으로 구성해 한국관 전체 공간을 둘러 전시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9일 오전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미술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오는 5월9일부터 11월22일까지 열리며 65개 국가관이 국가전에 참여합니다.

비엔날레 행사 중 하나인 국가관 전시는 각국 대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나라의 현대미술을 보여줍니다. 주로 당대의 큰 예술적 담론과 관련된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들이 선정되어왔죠.

이번 한국관 전시는 예술의 진정한 역할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담았다고 작가들은 설명했는데요. 작품 배경으로는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진 미래를 가정했다고 합니다. 바깥 배경에 가득찬 바닷물은 베니스가 전부 물에 잠겼다는 것을 표현했고요. 한국관의 특징을 살린 설정이기도 합니다. 베네치아만 안쪽 석호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있어 국가관들 중 높은 쪽에 위치해 있거든요. 문경원 작가는 “한국관·비엔날레의 역사와 함께 미래 예술에 대한 질문을 녹여내고자 했다”며 “인간 문명이 모두 물 속에 잠긴 후에도 예술이 존재할 수 있을지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목인 ‘축지법과 비행술’도 의미가 있습니다. 전준호 작가는 “축지법과 비행술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인류가 끊임없이 상상해 온 것”이라며 “상상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술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베니스에 있는 한국관과 똑같은 모형을 한국에 만들어 영상을 촬영했다는데요. 영화배우 임수정씨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영상에 출연했다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이 세계 미술축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지 기대되네요. /always@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