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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어 중동 무대에서 펼쳐지는 G2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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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G2(주요 2개국)가 아시아에서 이어 중동에서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영국 독일 호주 인도네시아 등 우방국들이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키로 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전략이 삐끗 거리는 모습입니다. “바둑에 인생이 있다”고 설파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대를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주변세력을 키우는 포석 전략으로 접근합니다. 당초 중국의 AIIB 창립멤버 국가 수 목표치인 30여개를 훌쩍 뛰어넘은 50여개국이 이미 가입하기로 한 AIIB 흥행은 이 같은 전략이 적용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중동으로 가보면 이번엔 중국이 밀리는 모양새입니다.중동은 국가 경계선보다는 민족블록이 더 강하게 지배를 하는 지역입니다.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좌장 이란이 대척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해왔고 이란과는 적대적 관계였습니다.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자적 접근을 보여왔습니다.그런데 이 같은 구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간 국제유가 경쟁을 불러온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IS)의 서방 테러,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타결, 사우디의 예멘 반군 공격 등 4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이어져 원유 강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왔습니다.미국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간에 국제유가를 놓고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와 사우디의 원유업체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감산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겁니다.

미국인 인질을 살해하는 등 IS의 잔혹한 서방 테러는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켜놓았습니다.IS와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이기 때문에 사우디가 IS를 뒤에서 밀고 있다는 음모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핵협상 타결은 사우디로선 전통적인 우방 미국의 배신으로 비쳐졌습니다.사우디는 최근 예멘 반군 공습에 나섰습니다.예멘 반군은 사우디의 수니파와 적대관계인 시아파로 이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 4가지 변수는 미국과 사우디는 전통적인 맹방이라는 도식을 깨고 있습니다.하지만 미국이 사우디를 배척시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공습하고 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미국은 시아파 후티반군이든 수니파 IS든 무력을 행사하는 조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겁니다. 민족블록이 형성이된 중동에서 미국의 행보가 오락 가락 해보이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중동 전략은 어떨까요. 중국은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사우디는 물론 이란까지 포용하는 식으로 외교전략을 취해왔습니다. 미국이 이란경제를 제재할 때에도 중국은 미온적으로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서 중국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반감될 상황에 빠졌습니다.그래서일까요.당초 4월 중순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키로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정이 연기된 대신 4월중 이란을 방문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습니다. 이란 내에서의 입지를 굳혀야할 상황이 중국 1인자의 순방일정을 변경시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예멘 반군공습 작전을 수행중인 사우디를 방문하는 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은 사우디의 예먼반군 공습 이후 예멘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민족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왔습니다.중국 스스로가 55개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이뤄진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입니다.민족간 분쟁이 커질 소지가 큰 국가구조인 겁니다.

중국은 사우디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위기에 처한 우방국 러시아를 돕는 측면도 있고,위안화 표시 원유거래에 적극적인 러시아를 적극 활용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포석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사우디와 대척하는 관계로 돌아선 건 아닙니다.전임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절에도 중동 순방의 필수 방문국이 이집트와 사우디일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중동 국가들의의 외교전략은 민족을 뗄레야 뗄수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외교전략 에선 민족보다는 철저히 국가이익을 우선시 하는 게읽힙니다.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쑤니파와 시아파 블록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G2가 구사하는 외교공학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민족분쟁은 영원한 적과 동지를 가르지만 국가이익에 우선한 외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만들지 않습니다.외교도 생물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