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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세계 책의 수도' 행사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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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인천광역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2015 세계 책의 수도’입니다. 세계 책의 수도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기념하며 독서와 저작권 진흥 등을 위해 2001년부터 지정돼왔습니다. 인천은 삼수 끝에 세계 책의 수도가 됐는데요, 국내에선 최초,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입니다. 4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년 동안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7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빌 게이츠는 하버드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이 시대가 출판과 문화가 발전하고 인문적 가치가 창조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책의 수도와 관련해 인천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행사는 제1회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입니다.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이 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조직위원회와 함께 진행하는데요, 아동과 교육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해 차별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2015 전국도서관대회를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고, 공공도서관마다 개별적으로 관리되는 전자책 서비스를 통합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전자책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인천 전역에서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www.worldbookcapital2015.incheon.go.kr)를 통해 세부 계획과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 배포된 종합계획서를 보니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비에 의존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시가 원하는 예산을 모두 주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은 많지만 적은 예산을 나누다 보면 행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시는 “예산이 적다고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개막식입니다. 4월 23일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개회식, 도서 기증, 축하공연, 리셉션 등이 열리고 개막주간에는 관련 포럼, 작가 강연회, 팔만대장경 이운 퍼포먼스 등이 계획돼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총 9억원입니다. 시 예산 6억원이 들어가고 국비 3억원을 확보 중이라는 설명인데요, 2013~2016년 예산 계획을 모두 합치면 시비와 국비를 더해 모두 73억 5000만원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 관련 행사에만 9억원을 쓴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비를 예상 대로 받지 못한다면 인천시의 개막 비용 부담은 더 늘 것입니다.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의 예상 비용이 8억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큰 돈입니다.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재정 부실 논란을 빚었습니다. 책의 수도 행사는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지만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예산 집행 계획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dirn@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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