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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인터뷰이 리디아 고,애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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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최근에서야 언론에서 알려줘 연속 언더파 기록을 알게 됐다. 물론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 나중을 생각하면 연속 언더파 기록보다는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매주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18살 소녀의 인터뷰라는 게 믿어지나요?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하기 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V 해설자는 리디아 고의 인터뷰를 보고 “마치 아널드 파머 같은 대선수가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속에 구렁이 한마리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담담한 인터뷰에선 리디아 고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대기록을 앞두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리디아 고의 남다른 정신력은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위기는 18번홀(파5)이었습니다. 세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갔고, 네 번째 샷은 나무에 맞아 그린에 올라가지도 못했죠. 더블보기와 함께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리디아 고는 침착하게 5m짜리 보기 퍼트를 성공 시켜 기어이 합계 1언더파 71타로 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여자골프의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리디아 고의 경기를 보면 연속 보기를 기록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상황이 불리해도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습니다. 리디아 고의 소속팀 캘러웨이골프의 김흥식 이사는 리디아 고를 한마디로 “스마트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릴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간 리디아 고는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말은 조리있게 잘하는 편입니다. 김 이사는 “운동선수들은 보통 언어가 서투른 편인데, 리디아 고는 영어·한국어를 가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을 잘 한다”며 “운동신경도 좋지만 총명한 성격이 골프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고 하죠.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퍼팅 등 모든 부문에서 LPGA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리디아 고는 정신력까지 강합니다. 한마디로 약점이 없죠. 그는 11개 대회 연속 톱10이라는 기록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최연소 메이저 우승 타이틀도 차지하게 됩니다. 연속 언더파 행진의 신기록 수립은 ANA 인스퍼레이션 2라운드에서 무산됐지만 리디아 고의 경이적인 기록 행진은 계속 됩니다./bebop@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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