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종교자유법 논쟁 중심에 선 美 피자집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지금 미국에서는 '메모리즈 피자'라는 인디애나 주 평범한 시골 마을의 가게가 화제입니다. CNN은 메모리즈 피자가 "종교자유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이 곳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주 의회에서 올라온 '종교자유보호법'에 서명했습니다. 종교자유보호법은 1993년 클린턴 정부 시절 만들어졌으며 인디애나는 이 법안을 20번째로 채택한 주가 됐습니다.

문제는 종교자유보호법안에 동성애자 차별 여지가 있는 조항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법안은 '사업체 또는 업주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 고객의 요구를 거절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된 후 '메모리즈 피자'를 운영하는 케빈과 크리스탈 오코너 부부는 지역 방송에 출연해 "만일 동성애 커플이 우리 가게에 결혼식 피자 배달을 요청한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리즈 피자는 인디애나주 북부에 있는 워커튼이라는 인구 21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에 있는 피자집입니다.

발언이 확산되자 오코너 부부에게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항의와 협박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동성애자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이지요. 평점 서비스인 '옐프(Yelp)'에선 다수의 이용자가 제일 낮은 평점인 별 1개(별5개가 만점)를 주며 일종의 '사이버 테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들은 당분간 가게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한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선 그들의 신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코너 부부를 돕자며 모금 운동을 벌였습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3시 현재 47만8000달러가 쌓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여론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주지사도 두 손을 들었습니다. 지난 달 31일 펜스 주지사는 "주 의회와 함께 법안을 손질하겠다"고 물러섰습니다. 아칸소 주도 종교자유 보호법을 채택하려 했지만 인디애나 주가 백기를 든 다음날인 이달 2일 관련 문구를 삭제하고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여론 형성에는 정치권과 기업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팀 쿡 애플 CEO 등 몇몇 유명인이 트위터에서 종교자유보호법안 통과를 비판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메모리즈 피자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피자집 이야기는 워싱턴포스트 ABC뉴스 등 주요 매체를 통해 확산됐고, 관련 기사는 외신 홈페이지에서 최대 수만 건의 클릭수와 수천 건의 댓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3년 일부 주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된 미국에서도 동성애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인가 봅니다. 작년 6월 신촌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 때문에 한국 사회에도 한동안 동성연애를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었죠. 미국 사회가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우리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