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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정치단절'권하는 사회..취업 불이익 받는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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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우리가 젊은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정당이라지만 정작 젊은 사람들 기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새누리당에 비해 20대와 30대 세대 청년당원들이 많다고 자부하는 야당이지만 문 대표는 정작 청년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자인한 셈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7일 전당대회 후 문 대표가 당 사무처에 청년국을 신설하고 차기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제도적 보장 등 유인책을 내걸면서 청년 당원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당내기구인 청년위원회의 위원장을 뽑는 선거에는 정호준·김광진 의원을 비롯해 6명이나 출마해 청년 당원들의 권리 제고에 나서겠다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역시 당내 경선을 할 때 당원 중 45세 이하 청년당원, 여성당원 등을 일정비율 이상 포함되도록 배려하도록 하고 있고, ’대학생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 와 같은 당내 기구를 설치해 2030 세대가 당 활동을 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미래 정치적 자산인 청년 당원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직업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을 빼고는 생활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면서 당원활동을 하는 ‘직장인 당원’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정당 가입을 꺼립니다. 특정 정치색깔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 조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면접 때 만나게 되는 기업 임원이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낭패일 수도 있다는 이유도 한 몫 합니다. 양 진영으로 갈린 정치불신이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이 되어 한 쪽 편을 드는 것은 ’독특한 사람‘이거나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한 취업준비생은 기업체의 면접에서는 정당에 가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라고 말하자 면접관이 “다른 곳 알아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당원 가입이 법적으로, 혹은 회사 내규에서 금지되는 곳도 많습니다. 정당법 22조는 ’당원이 될 수 없는자‘ 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범위가 넓은 것도 문제입니다. 공무원이 그 중 하나인데요.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공무원(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등)을 제외하고 ’고시’와 같은 공무원시험을 통해 합격한 공무원들은 정당가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교수를 제외한 사립대학교 교직원도 정당 가입이 금지됩니다. 그 외에도 각종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가입을 내규로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공무원, 공기업 등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은 정당가입을 했더라도 미리 탈당신고서를 제출해 당적을 삭제해야 합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시험 시즌이 되면 20대, 30대 청년 당원들의 탈당신고서가 답지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기관 채용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정당 가입 이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불문률입니다. 정당 가입 이력을 숨기고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취업 즉시 탈당원서를 내고 자신의 SNS에서 당 활동을 했던 이력들을 모두 지우는 경우도 많다는 후문입니다. 특정 정당 가입이력 때문에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는 윗선에 ‘찍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주의회 의원실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는 한 유학생은 “정당의 의원실이나 선거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들이 추천서를 받아 정치나 사회, 법과 관련된 분야에 취업하는 데 혜택을 누리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귀국해서 정부기관 연구소에 근무했을 때는 “찍히면 불이익을 받으니 당 활동을 절대 드러내지 말라”는 상사의 충고를 들어야 했다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선진국 정치문화는 누구나 정당 가입을 권유하고, 전당대회와 당 대표자를 뽑는 선거를 축제처럼 즐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회와 경제 주체 전반에 깊숙히 퍼진 ‘정치혐오’의 독소를 제거하려고 각 정당이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이상 ‘대학생 당원‘, 직장인 당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jp@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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