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중국 지방정부 개혁이 주는 리스크와 기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지방정부 권한범위·행정절차 공개 제도화' 얼마 전 연합뉴스 상하이특파원이 중국언론을 인용해 작성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3/26/0200000000AKR20150326089900089.HTML?input=1195m) 각급 지방정부가 행사하는 벌금부과,세금징수,행정검사 등 다양한 행정 직무와 관련해 근거 규정, 담당 부서, 운영 절차, 책임 소재 등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한 게 핵심입니다. 성급(省級)정부는 올해까지, 시(市)와 현(縣) 정부는 다음해까지 각각 관련 제도를 마련하도록 시한도 제시됐습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중앙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방정부 개혁을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현장에서 부닥치는 문제는 상당수가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 지방정부는 외국계 기업에 리스크가 되기도 하지만 사업을 잘 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최근 경제성장 방식 전환의 하나가 지방정부의 역할 변화로 이어지는 지방정부 개혁입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중국과의 비즈니스 확대가 예상되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지방정부의 역할 변화가 가져다 줄 리스크와 기회를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중국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중국 정부가 국내외 기업에 준 세금 혜택과 각종 보상책 재정비에 나선 게 대표적입니다.지방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제공한 세금 감면이나 공장 진입론 등 인프라 건설과 각종 보조금 등입니다.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려온 한국 기업들로서는 리스크가 커지는 것입니다.

얼마전 한국경제신문에 나온 ‘중국 진출 기업 세금 폭탄 주의보’와 중앙일보가 게재한 '중국,지방정부가 기업에 준 세금 혜택 줄인다'란 기사도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32639131)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447102&cloc=olink|article|default)

두 기사에 나온 사례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해 9월 광둥성 광저우에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준공한 LG디스플레이가 당초 광저우 시정부가 약속한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올해부터 5년간 법인세 면제 및 감면혜택을 받아야하는데 광저우시 정부가 법인세 면제혜택을 주는 게 힘들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아이폰을 위탁생산해온 대만계 폭스콘도 비슷한 처지다. 허난성 정저우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 3면2감(3년간 법인세 면제,2년간 법인세 50% 감면)등의 혜택을 받기로 했지만 정저우시가 더 이상 우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외신들이 최근 전했다.”

지방정부의 우대혜택 남발 금지는 지난해 12월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이 법적근거가 없는 지원을 모두 폐지하라는 지시를 한데 따른 것입니다. 시진핑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반부패 전쟁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금 등을 깍아주는 대신에 지방정부 관료들이 기업들로부터 뒷돈을 받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른바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으로 공무원들이 취득하는 회색수입의 또 다른 전형이지요.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가 커져 재정건전성 확보가 절실해진 것도 세금감면 등의 우대책 중단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방정부가 법에 근거하지 않는 규정을 만들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합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는 3월 초 전체회의를 열어 입법법 수정안을 의결했습니다.시행 14년만에 고쳐진 입법법은 이번에 지방정부가 법적인 근거없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그 대신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의법치국을 통해 지방정부 관료들이 사리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를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지식재산권 전문 법원을 설립하고 순회 법정을 열기로 결정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지난해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에 지재권 전문법원이 설립됐습니다.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짝뚱 공장을 적발해 소송을 제기해도 지방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방정부의 입김 때문에 제대로 지재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방정부로서는 지재권 보호라는 명분보다는 짝퉁 공장이라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를 위해선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 강했던 것입니다. 지재권 전문법원은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로선 반길 일입니다.

순회 법정 역시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구상에서 나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사법 절차 진행과정에서 고위관료들이 개입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었습니다.

지방정부의 특혜와 시장개입을 차단하는 조치가 현지 사업환경에서 지방정부의 영향력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되레 한중FTA 이후 지방정부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전망이어서 기업들로선 각 지방정부의 육성 산업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이 같은 필요성을 크게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월말 국민일보 기고문을 통해서입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941914&code=11171314&cp=nv)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역별 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산둥성은 석유화학, 기계전자, 건설, 자동차 등을 4대 중점 추진 산업으로 선정했고 광둥성은 바이오, 부품소재, 환경, 첨단 IT 등 8대 전략 신흥산업을 중점 육성 중이다. 베이징시와 상하이시, 광둥성, 장쑤성 등 7개 지역은 의료시장을 개방하면서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도 철폐한 바 있다. 지역별 정책 추진 방향을 잘 인지하고 우리 기업의 강점과 연계시킨다면 분명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

지방정부의 특혜는 축소하지만 규제 역시 완화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9월 상하이에 이어 지난해 12월 톈진시, 광둥성, 푸젠성에도 자유무역 시범구를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텐진 광둥 푸젠 자유무역구는 3월말부터 가동에 들어갑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서비스업과 선진 제조업 영역에 대한 개방이 확대되고, 행정 간소화 등 각종 정부 관리 시스템 개혁도 시도될 전망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들 시범구를 우리 기업들이 권역별 내수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장관의 이어지는 지방정부간 협력 조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중국 지방정부와의 협력 채널에 올라타는 노력도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이미 광둥성, 산시성과 장관급 협력 채널이 구축되어 있고 올해 내에 산둥성, 쓰촨성 등과의 협력 채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구매력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7조6320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7%만 성장해도 GDP증가분이 스위스 경제규모에 이를만큼 적지 않은 부(富)를 창출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28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이 10조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하고,5000억달러를 해외투자하며,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5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최근 가서명한 FTA는 중국이 만들어내는 이 같은 성장 열차에 올라탈 티켓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지방정부 역할 변화가 가져올 지방의 특혜 및 시장개입 축소 그리고 규제 완화 등이 만들어낼 현지 진출 한국기업의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