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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에스타 "섹시 아이콘 보다 가수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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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피에스타가 데뷔 4년차에 발표하는 첫 미니앨범을 발표하기까지 많은 콘셉트와 변화를 겪어야 했다. 데뷔곡 ‘비스타’로 파워풀한 모습, ‘아무 것도 몰라요’에서는 애교 가득한 모습, ‘하나 더’에서는 작정한 섹시를 선보이며 다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 더’ 이후 8개월 만에 돌아온 피에스타의 이번 변화는 고급스러운 섹시다. 타이틀곡 ‘짠해’는 의자와 재킷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감성적인 측면을 살렸다. 무대 위 멤버들의 표정은 노래의 슬픈 감정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걸그룹을 두고 청순, 섹시 등 콘셉트를 강조하지만, 피에스타는 여러 변화를 거치면서 단순히 콘셉트를 시도하는 차원을 넘어 그 콘셉트에 빠져 있는 소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피에스타는 첫 미니앨범 활동으로 길거리 게릴라 공연도 활발히 펼치며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하고 있다. 노력의 결실도 있다. 혜미와 린지의 자작곡을 수록해 뮤지션으로서 역량을 알렸다. ‘짠해’는 엠넷 음원차트 1위와 중국 인위에타이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직 피에스타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많다. 피에스타의 변화, 그리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차례다.

Q. 오랜만에 컴백했다. 소감이 어떤가?

재이: 더 빨리 컴백하려고 했는데 8개월만에 하게 됐다. 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갑자기 바빠져서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 자는데도 즐겁다.

혜미: 이번엔 첫 미니앨범이다. 6곡을 수록한 것은 처음이다. 뜻 깊고 좋다.

Q. 8개월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나?

예지: 단체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운동을 프로젝트식으로 했다. 밥도 안 먹고 풀 때기와 프로틴, 영양제만 먹고 몸을 만들었다. 나 같은 경우에 랩을 제일 열심히 했다. 랩 가사를 많이 썼다. 이번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랩메이킹을 했다.

린지: 난 스무 살 때부터 들었던 적금을 모아 노트북을 샀다. 원래 그 돈을 모아서 엄마아빠 아파트를 장만해 드리려고 했는데.. 하하. 그냥 이 적금을 빨리 깨서 노트북을 사서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이 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수록곡에 자작곡을 실었다. 곡을 조금씩 썼는데 미디작업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곡 말고도 슬픈 발라드가 있는데 너무 슬픈 곡이라 혼자 불러보라고 하시더라.

혜미: 나도 쉬는 동안 작사 작곡을 하면서 수록곡을 썼다. 피아노도 열심히 배웠다. 지금은 미디를 배우는 중이다.

재이: 루루언니의 영향을 받아서 세 달 동안 중국어 공부를 했다. 지금 기초 3에서 4단계로 가는데 컴백하면서 잠깐 쉬고 있다. 하하. 드라마 ‘잉여공주’에도 잠깐 출연했는데 행복하게 촬영했다. 막내여서 많이 챙겨주셨다. 촬영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다음번에 더 잘하고 싶다.

차오루: 난 잘 먹고 잘 살아왔다. 기타를 꾸준히 배우고 왔고, 미미하게 입으로 작곡을 하고 있다. 최근에 ‘쓰레기송’을 만들었다. 분리수거와 생활 정보에 대한 노래다. 하하.

Q. ‘짠해’라는 곡으로 돌아왔다. 슬픈 느낌이 드는 곡이다.

예지: 원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OST인 ‘타이트해’를 타이틀곡으로 하려고 했다. 그게 OST로 발표하게 되면서 ‘짠해’를 준비하게 됐다. ‘타이트해’와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짠해’가 조금 더 슬프고, 뮤직비디오도 슬프다. 그래서 섹시하곤 조금 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완성되고 나니 그루브가 좋아서 섹시 콘셉트가 나오더라도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탄생됐다.

혜미: 처음 들었을 때 엄청 신나지가 않고 슬퍼서 춤을 출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Q. 이번에 의자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눈에 띈다.

예지: 춤이 진짜 많다!

린지: 의자 퍼포먼스 때문에 다리 근육이 많이 필요했다. 다행히 쉬는 동안 다리 근육 운동을 많이 하고, 힙쪽 라인을 강조하려고 했는데 잘 된 것 같다. 힐을 신고 의자에 올라갔다 내려가려니 힘들다. 하하.

Q. 소품을 사용하다보니 연습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혜미: 우리 의자와 댄서 의자까지 의자가 10개가 필요하다보니 연습할 때 모양이 다 다른 의자를 사용하게 될 때도 있다. 익숙지 않은 의자를 사용하다 뒤로 넘어질 때도 있다. 루루 언니(차오루)가 두 번이나 뒤로 넘어졌다.

린지: 엊그제 리허설 녹화 중에 노래 파트 끝나고 ‘아!’ 소리가 인이어로 들렸다. 루루 언니 소리였다. 하하. 난 노래를 하다 뒤로 가면서 의자에 앉아야 되는 부분이 있다. 춤추다 뒤로 가서 앉는데 의자가 없어서 당황한 적도 있다. 하하.

Q. 이번 ‘짠해’에서 각자가 꼽은 킬링파트가 있다면.

예지: 언니들은 뒤에 서있고, 나는 댄서들이랑 춤을 추는데 멋있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한다. ‘난 남자다. 난 지금 되게 세고, 이 무대에서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하하. 또 다른 파트에서는 멤버들은 슬픈 감정이니 슬프게 하다가 내 파트에서만 센 여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차오루: 내 파트에서 어깨춤을 추며 내려가다 다리를 쓸어 모으는데 그때 멤버들 다리가 너무 예뻐 보인다. 도미노처럼 안무를 추는데 그 부분을 우리가 진짜 많이 연습했다. 연습실이 무대에 비해서 좁으니까 다섯 명 다리가 길어서 항상 부딪히기도 했다. 하하.

재이: 나는 내 파트의 쩍벌춤! 처음 안무 연습을 할 때는 이걸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서 내 자신이 웃겼다. 그런데 직캠 영상이 올라올 때 그 부분이 이미지가 굉장히 많더라.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다.

혜미: 우리 이번 안무 소품이 의자랑 재킷이다. 후렴 내 파트에서 남자 댄서가 입혀주는 옷을 걸치고 엉덩이춤을 추다가 그 다음에 의자 위에 올라가고 의자 위에서 춤을 춘다. 짧은 시간 안에 춤이 빠르지도 않은데 해야 할 게 많다. 하하.

린지: 엔딩 때 아련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예지: 맨 마지막에 린지 언니가 화면에 많이 잡히는데 진짜 감정을 정말 잘 잡는다. 예쁜 척보다 진짜 슬픈 거 같다.

차오루: 노래에 빠지는 모습 굉장히 예뻐 보인다.

Q. 신사동호랭이는 이번 ‘짠해’에서 어떤 주문을 하던가?

예지: 고급스러워야 한다. 노출하지 않았지만 섹시해야 하고, 섹시하지만 귀여워야 하고, 귀엽고 섹시하지만 예뻐야 한다. 하하하. 다 요구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가인 선배님을 많이 참고했다. 같은 여자인데도 섹시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남자면 가인 선배님과 사귀고 싶다. 그런 느낌이 좋다.

린지: 나는 영화 ‘원초적 본능’ 샤론스톤을 많이 봤다. 의자에 앉아서 짓는 표정들을 참고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촬영 전날에 많이 돌려봤던 것 같다.

Q. ‘짠해’는 피에스타가 새롭게 시도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또 다른 콘셉트를 하는 것에 걱정은 없었나?

예지: 피에스타 자체가 겹치는 콘셉트가 없었다. ‘아무것도 몰라요’, ‘달빛바다’, ‘비스타’ 등등 다 서로 달랐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확실히 피에스타의 색깔이 안 잡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멤버들이 생각하기에 피에스타에 어울리는 색깔은 무엇인가?

혜미: 나는 그동안 우리가 씩씩한 것만 어울리는 줄 알았다. ‘짠해’는 슬프고 진지하고 섹시했는데 이런 노래도 잘 어울린다. 이런 콘셉트를 나중에 또 한 번 더해보면 어떨까?

재이: 나도 ‘짠해’가 좋다. ‘블랙라벨’ 앨범 자체가 애착이 많이 간다. 첫 미니앨범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멤버들이 직접 쓴 곡도 있고, 수록곡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밤에 노래를 듣는데 소름이 돋았다. 특히 린지의 노래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것 같다.

Q. 수록곡에 대한 애착이 많이 느껴진다. 수록곡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예지: ‘불좀 꺼줘요’는 불을 끄고 들으면 너무 좋다. 하하. 노래가 섹시하다. 시작부터 ‘아아~’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그 소리가 싫었다. 계속 듣다보니까 부르게 되더라. 그 소리가 확 나오다가 줄어들면서 린지 언니가 시작하는데 소리 10, 공기 90으로 부른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꾸 멍을 때리게 된다. 깜깜하거나 혼자 있고 외로우면 듣게 된다.

혜미: 춤을 추는 게 상상된다고 하더라.

차오루: 가사도 정말 좋다.

Q. ‘헬로’는 어떤가.

재이: ‘헬로’도 정말 슬프다. 얼어붙었던 밤을 잊을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짠해’랑 비슷한 이야기다. 이별했을 때 들으면 더 공감될 것 같다. 멜로디 라인이 계속 들어도 귀가 지치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다. 게릴라 공연 때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 ‘헬로’를 듣고 궁금해서 우리 타이틀곡 ‘짠해’를 들었던 사람이 있을 정도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신다.

Q. 혜미와 린지의 자작곡에 대해 말해보자.

혜미: ‘콜드’는 사실 겨울에 앨범이 나올 줄 알고 야심차게 가사에 겨울 감성을 잔뜩 넣었다. 무조건 눈과 관련된 걸로 했다. 하하. 차가운 사람과 이별했던 그 감정을 겨울에 빗댔는데 편곡할 때 데이브레이크 선배님이 기타도 해주셨다.

린지: ‘투데이’는 가수지망생 애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원래 가사를 한 번 엎고 다시 쓴 것이다. 처음엔 조금 더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암울하게 절망적이게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난 여기까지인 것일까… 곡을 쓸 때 연습생 시절에 썼던 일기장에 있는 글귀를 가사에 담아냈다. 단어가 추상적이고 감성을 넣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재이: 연습생 이야기도 했지만, ‘투데이’가 삶에 지칠 때 힘이 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곡이다.

Q. 이번에는 길거리 게릴라 공연도 펼치면서 대중에 가까이 갔다.

예지: 정말 코앞에 사람을 두고 공연을 했다. 춤을 추는데 모공이 다 보일 것 같더라. 하하. 너무 가까우니까 우리 이상하게 생겼다고 실망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가깝게 소통하는 게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는 자리가 됐다. 무대가 아닌 같은 바닥에서 소통하는 거지 않나. 재미있었다. 계속 하고 싶다.

Q. 길거리 공연에서는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함께 공연을 본다. 부담감은 없었나?

혜미: 지금까지 좋게 봐주셨다. 우리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시점이고, 인지도도 높지 않으니까 게릴라 하면서 모르는 분들도 구경하다가 우리를 알고 가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Q.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반응도 찾아보나? 힘이 났던 댓글이 있다면.

재이: 피에스타 뜰 때도 됐는데 도대체 왜 안 뜨나! 노래도 너무 좋은데 얘네가 왜 순위가 이래! 하하. 이번에 엠넷차트에서는 1위를 하기도 했다. 중국 인위에타이에서 2위도 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로 신기록도 세웠다고 들었다. 기분이 좋다.

Q. 최근에는 풋풋한 매력의 신인걸그룹이 많이 데뷔했다. 초조함도 들 것 같다.

예지: 러블리즈나 여자친구를 보면 누가 봐도 상큼함이 뚝뚝 떨어지는 친구들이다. 교복을 입고 새하얀 그런 느낌? 리허설 할 때 그들을 보면 ‘우린 저걸 왜 안 해봤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이: ‘지금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연차가 쌓이면서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도 있다. 데뷔곡 ‘비스타’때는 항상 긴장하고 얼어 있었다. 그 친구들 보면서 초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애착이 많이 가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린지: 인지도니 1위니 너무 많이 외쳤던 것 같다. 이전에 ‘하나 더’로 본의 아니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섹시 아이콘에 맞춰보려는 시도들이 과하게 돼서 부정적으로 보여주게 됐지만, 이번 ‘짠해’로 이런 시선들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고 싶다. 피에스타가 뮤지션 경향을 띠고, 랩도 그렇고 진지하게 가수로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차오루: 중국에서 ‘하나 더’와 ‘아무것도 몰라요’를 많이 좋아해주셨다. ‘피에스타 왜 중국 안와!!’라는 댓글도 봤다. 진짜 중국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올해 시작을 새 앨범과 함께 열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재이: 항상 공백이 길었다. 올해는 연초에 나왔으니까 쉬지 않고 자주 자주 활동하고 싶다. 그래야 피에스타를 잊지 않고 더 사랑해 주실 것 같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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