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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ADB총재의 AIIB 훈수에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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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부정적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반대 논리는 지배구조와 운영상의 불투명성이 우려된다는 거였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고위관료가 공개석상에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식으로 반박했습니다.

무대는 지난 22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중국발전포럼2015입니다.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AIIB 설립을 환영한다면서도 훈수를 둔 게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나카오 총재는 AIIB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말을 풀어가기 시작했다가 AIIB가 일을 제대로 하기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의 AIIB 설립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왜냐하면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기초시설 투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AIIB 설립 이후 가장 훌륭한 수행 방식을 지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감소를 보장하고,환경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내 생각엔 AIIB가 아시아 지역 기초시설 투자 수요를 매우 잘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AIIB와)ADB는 협력과 상호보완의 관계이지 경쟁관계는 아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은 AIIB와 ADB가 협력관계이고 상호보완관계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나카오 총재의 훈수 대목에 강하게 반박했습니다.”나는 여러 차례 표명했듯이.가장 훌륭한 수행이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누가 가장 훌륭한가. 방금 ADB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가장 훌륭하다면 개혁할 필요가 없다. AIIB는 다자간 기구의 좋은 수행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그러나 (이들은) 비교적 관료주의적이고 매우 번잡하게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서방에서 내놓은 규칙이 가장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서방국가도 이미 (AIIB에)참여하기로 했다.함께 토론해나가자.”

사실 러우지웨이 부장의 지적에 나카오 ADB 총재도 할 말은 없을 듯 합니다.1966년 창설된 이래 일본이 총재직을 독식해왔기 때문입니다.ADB는 12명의 이사로 운영되는데 아태지역 48개 회원국에서 8명을,역외 지역 회원국 19개국에서 4명을 선출합니다.세계은행은 미국계 인사,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계 인사가 총재를 맡는 구조입니다.세계은행의 경우 25명의 이사가 있는데 5명은 지명이고 20명이 선출직입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85%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합니다.그런데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에서 각각 19.3%와 16%의 지분을 보유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이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미국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고있다고 합니다.

기존 국제질서에서 영향력확대를 꾀하던 중국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같은 왜곡된 지배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기존 세계질서에 본격 편입하기 시작했고,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는 G20에 적극 참여하고, IMF의 의결권을 확대하는 식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기 시작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은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과 기존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투트랙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관측됩니다. 올해말 가동 예정인 AIIB 창립멤버 국가는 35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진리췬 AIIB 임시 사무국장이 전했습니다.ADB의 창립당시 참여국 수(31개)를 웃도는 겁니다.ADB 현재 회원국수는 67개국입니다.중국은 또 브릭스 국가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공)과 올해말까지 신개발은행(NDB)을 설립하기로 지난해 7월 합의했고,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손잡고 상하이협력기구(SCO)개발은행도 추진중입니다

중국은 또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2016년엔 항저우에서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를 엽니다.

중국의 국제질서 재편을 위한 투트랙 움직임 과정에서 베이징컨센서스가 워싱턴컨센서스에 비해 얼마나 영향력을 키울 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전통 우방이면서도 AIIB 참여를 선언해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참여 물꼬를 튼 영국은 밖에서 반대하기 보다 안에 들어가서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2006년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보인 로버트 졸릭은 책임있는 이해당사자(stake holeder)란 개념으로 중국을 끌어안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중국을 배척(contain)하는 전략보다 국제질서의 틀로 데리고 들어와 책임을 지우는 게 더 현명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러우지웨이의 공개입장 표명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은 기존 국제기구의 운용 규칙 및 지배구조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습니다.새로운 국제기구 운용 규칙을 놓고 중국과 서방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됩니다. 국제질서 재편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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