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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업 창업주들이 부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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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인도 기업들에 여성 임원 선임 관련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도는 작년 상장 기업에 대해 이사를 선임할 때 최소 여성을 한 명 이상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인도 정부가 상장 기업에 이 조건을 충족하라고 내놓은 마감 시한은 앞으로 이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작년 2월 기업 지배 구조 강화를 목적으로 모든 상장 기업에 한 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두도록 한 것입니다. 당초 기한은 작년 10월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올해 4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국립 증권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기업의 3분의 1개 기업이 아직도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달성한 기업도 이면을 들여다 보면 편법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창업주나 경영자의 어머니, 부인, 누이, 딸 등을 이사로 선임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업 지배 구조를 강화하고 여성 인력을 다양화하겠다는 인도 정부 취지에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죠.

인도 정부는 마감 기한을 지키기 않으면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했습니다. 기업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건 아마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이익을 주거나 제재할 지를 밝히지 않아서인가 봅니다.

여성 이사 선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인도 대기업의 대부분은 국유 기업입니다. 전기공사, 광석개발공사, 석유공사 등입니다. 이들 국유 기업은 정부 부처에서 조율을 해줘야 한다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인도 기업들도 정부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여성 임원들을 열심히 물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직을 수행해본 여성들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인도에서 여성 임원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남성 세 명당 한 명 꼴이니까요. 인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수준은 전 세계에서 거의 꼴찌입니다.

어렵게 기업에 들어온 인도 여성도 임원이 되기 전에 두 명 중 한 명은 회사를 나간다고 합니다. 양육과 살림 등을 맡길 곳이 부족해서라고 합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여 다양성을 추구하는 건 아직 전 세계 각국의 고민인 듯 합니다. /kej@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