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선암여고 촬영단’ 촬영이 끝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한예준: 촬영 땐 계속 대본 보고, 연습하고, 또 촬영하고, 끝나면 또 대본 보고 그랬다. 긴장도 많이 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선 밤낮이 바뀌었다. 그래도 오늘은 3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났다.
Q. 새벽 3시를 말하는 건가?
한예준: 맞다. 요즘엔 아침 8시, 9시쯤 잠들었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다. 앗, 일찍이 아닌가? 하하. 더 자면 못 일어날까 봐, 아예 깨어 있었다.
Q. ‘선암여고 탐정단(이하 선암여고)’이 연기 첫 작품이었다. 드라마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3화)은 혼자 모니터했나? “쉿, 조용히 해, 해치지 않아”가 첫 대사였다.
한예준: 3화 방영하고 나서 친구들이 그 대사로 한 달을 놀렸다. 아직도 가끔은 그런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쉿, 조용히 해” 이러는데, 다른 이야기도 그렇게 하는 거다. 예를 들어, “밥 먹자”고 말하면 될 걸, “쉿, 밥 먹자” 이렇게. 하하. 첫 방송은 혼자서는 못 볼 것 같아 동네 친구한테 “같이 좀 봐줘”해서 집에서 보는데, 둘이서 막 꼬집으며 으악, 저거 어떡할 거냐고 그랬다. 친구한테는 오글거린다고 말하긴 했지만, 내심 고생하며 찍었던 걸 TV로 보니 좋았다. 내가 드라마에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Q. 그 장면에서 채율(진지희)이 하라온을 물기도 하고, 사무실에 있던 물건들을 던지기도 했는데.
한예준: 지희한테 실제로 깨물어 달라고 했다. (손등을 가리키며) 여기에 문 자국이 다 났었지. (웃음) 그걸 ‘선암여고’ 단체 채팅방에 찍어 올리며 ‘지희야 고마워’라고 했다. 하하. 그 장면 찍을 때 책도 날라오고 사탕도 날라오고 그랬지만, 아프진 않았다. 두꺼운 책에 맞았을 때, 그때만 살짝 당황했다.
Q.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한예준: 그런데… 연기를 너무 못했다. 연기가 어려운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 하고 나니 더 어렵더라.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 때는 더 열심히 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11화에서 채율과 같이 차 안에 있던 신이 있지 않았나. 호흡도 억양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느꼈다.
한예준: 카메라가 뒤에서 날 찍고 있을 때 내가 안 나올 줄 알고는 긴장한 상태에서 입을 움직였는데, 방송에서 입을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더라. ‘아, 나 저기서 뭐 한 거냐’ 싶었다. 그리고 그때, 애드립 신이 하나 있었는데….
Q. 어떤 거였나.
한예준: 현장에서 감독님이 대본에 없던 걸 시켜주셨다. 지희랑 나란히 앉아서는 “음악 들을래?” “아니” “그럼, 떡볶이 먹을래?” “아니” “그럼, 우유 잘하는데 아는데 한잔하러 갈래?” 우유였나 요구르트였나, 아무튼 나랑 지희가 이런 식으로 대사를 주고받는 거였는데, 편집됐다.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셔서 한 번 시켜보신 거 같은데. 하하.
Q. 굉장히 코믹한 거였구나. 아! 5, 6화에선 하라온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한예준: 그때 정말 잘해야지 싶어서 대본을 ‘달달달달’ 외웠다. 촬영을 가는 날에도 준비가 다 돼 있으니 매니저 형이랑 떠들고 장난치고, 도착해서도 탐정단 친구들이랑 화기애애하게 얘기하고 그랬었지. 난 다 준비가 되어 있다! 했는데… 대본이 바뀌었다.
Q. 현장에서?
한예준: 난 책 대본이 나오면 무조건 그걸로만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카페에 수정 대본이 올라와 있었다고 하더라. 드라마가 처음이라 이런 부분을 잘 몰랐다. 수정 대본을 확인해보니, 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긴장해서 입은 말라가고, 10분 동안 외워야 한다는 얘기에… 와… 주변은 촬영 준비로 시끄러웠고, 집중은 해야 하고.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내가 확인했어야 하는 거니깐. 내가 당황한 게 보였는지, 탐정단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는데 체면도 안 서고 그랬다. 하… 하하.
Q. 그래도, 이번 작품이 좋은 경험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한예준: 연기에 더 몰입하고,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Q. 같이 하는 신이 많았던 진지희가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선배이지 않았나.
한예준: 대선배님이시지. 날 정말 열심히 끌어줬다. 많이 가르쳐주고 조언도 해주고. 지희가 연기하는 걸 보면, 진짜 프로페셔널하다. 본받아야 할 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Q.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하라온은 옷을 참 잘 입고 나왔다. 지금 입은 옷도 예쁘고. 평소엔 어떤가.
한예준: 그건 전부 다 스타일리스트 형 덕분이었다. 지금은 그만뒀는데… 그 형, 참 좋았다. 난 라온이처럼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건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준 거고. (웃음) 겨울엔 패딩에 트레이닝 복, 여름엔 청바지에 흰 티만 입고 다닌다. 머리도 잘 안 만진다. 감고 나선 뒤로 다 넘겨서 살짝 부스스하게 다니지. 스케줄이 있을 때만 샵에 가는 거다. ‘패피(패션피플)’가 되고 싶은데… 하하.
Q. 하하. 그럼 그렇게 편하게 입고 운동을 가는 건가. 인스타그램을 보니 스크린 골프를 하던데.
한예준: 요새 골프를 다시 배웠다. 국가대표를 하셨던 프로님한테 자세 교정을 받으니 더 잘 되더라. 그래서 이제는 날아다닌다. 하하. 같이 칠 지인이 없으면 혼자서라도 간다.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가는 것 같다. 내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성향이라서… 먹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 한 달 동안 삼시세끼로 오징어 볶음만 먹은 적이 있다. 고기만 먹은 적도 있고. 물 대신 파워에이드만 마신 적도 있다. 하하. 이제 연기에만 ‘확’ 꽂히면 된다. 아… 꽂히긴 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Q. 그럼,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한예준: 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연기랑 나 자신에 대해서.
Q.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한예준: 사실 난… 좀 진중한 얘기는 나 혼자 묻어놓고 혼자 생각하는 편이다. 주변은 다 일반인 친구들이다 보니, 가끔 맥주 한잔하고 (소속사의) 이사님이랑 얘기한다. 많이 의지하기도 하고. 다른 배우 분들 보면서 이쪽 일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Q. 선배들은 연예계에서 어떻게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 같나.
한예준: 같은 소속사에 있는 (최)재환이 형이 술을 아예 안 드신다고 하시더라. 마셔도 맥주 한 병 정도? 꼭 술이 아니더라도 그런 자제력이나, 어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의 결정력 같은 것들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Q. 요새 베스파 타는 건 좀 시들해졌나? 누군가 몇 달 전에 한 인터뷰 기사에 댓글로 ‘민준이(한예준의 본명은 김민준) 베스파 적당히 타고 파이팅’이라고 적어 놨더라고.
한예준: 어, 나를 아는 사람인가? 베스파를 또 살 지는 고민 중이다. 예전엔 내가 몸을 함부로 썼거든. 거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해서, 다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내 몸이 값비싼 재산은 아니지만, (웃음) 그래도 또 재산이긴 한지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배우는 특히 더 그렇지.
한예준: 그래서 (베스파 사는걸) 겨울에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봄에는 결정하려고 한다. 옛날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벽에 음악을 들으며 베스파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공원에 앉아서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 제일 행복했던 게, 베스파를 ‘뽈뽈뽈’ 타고 가서 뽀글이 라면을 먹고 한강을 보면서 사람들을 보는 거였다. 한 시간 정도 그러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베스파는… 좀 민망한 표현이지만, 내 친구였지. 하하하. 그리고 내가 클래식한 오토바이도 좋아해서 나이가 좀 더 들면 1960년대에 군인들이 타던 걸 사서 멀리 떠나보고 싶기도 하다.
Q. 그러게, 여행은 안 가나?
한예준: 그것도 고민 중이다. 결정을 내리려다가도 ‘아 아니야, 내가 또 무슨 여행이야’ 이러고, ‘아니야, 여행은 또 가 봐야 해’ 이런다. 결정을 내렸다가 다시 내리고, 또 내린다.
Q.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노래는 뭔가.
한예준: 요즘엔 호지어(Hozier)의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 클라이맥스 부분이 좋다. 일주일 동안 한 200번은 들었나? “(노래 부르며) 테이크 미 투 처치~♬“ 그리고 샘 스미스(Sam Smith) 노래는 거의 다 듣는다. 박효신의 ‘동경’도 자주 듣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꽂히면 그것만 하니깐, 요샌 좀 조용하고 차분해지는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다.
Q. 최근에 G마켓 CF도 찍었던데. 목소리는 더빙을 했더라.
한예준: 원래 후시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선암여고 탐정단’ 마지막 촬영할 때쯤이라 많이 바빴다. 성우 분이 대신 해주셨다. 친구들이 이번엔 그걸로 또 장난을 치더라. 단체 채팅방에 CF 캡처를 해서 쫘르륵 보내고, 만나면 갑자기 (CF 속 히어로 동작을 하며) 똬악! 이러고.
Q. 그래도 좋은 친구들이다. 나오는 것들을 다 찾아봐 주고.
한예준: 많이 고맙다. 기사들도 다 찾아본다. 아마, 그 베스파 댓글도 친구 중 한 명일 거다.
Q. 이번에 스무 살이 됐다. 2015년으로 들어서며 세운 계획이 있었나?
한예준: 몸을 만들어야지 했는데 요즘 좀 나태해졌다. 내가 항상 월요일부터 시작하자, 이러거든. 오늘은 스케줄이 좀 많이 있었으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시 파이팅해서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기 연습을 더 열심히 하려고. 이번에 ‘선암여고’를 찍으면서 정말 많이 깨달았다. 연기를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거, 그리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말이다.
Q. 올해에 이루고 싶은 건?
한예준: 올해에 난, 준비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해에 또 다른 작품을 할 기회가 온다면 큰 영광일 텐데, 일단은 나 스스로 준비를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연기를 못한다고 지적을 받아도 당당하게 “저, 노력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해보려고 한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