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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예준 "올해의 목표, '준비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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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한경 텐아시아 기자) 이제, 시작이다.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천재 사진작가 하라온 역할을 맡았던 한예준은 인터뷰 내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시종일관 차갑고 시크했던 극중 캐릭터와는 달리, 밝고 장난기 많은 성격의 그는 연기 이야기를 할 때면 금세 진지해졌다. 표정과 말투 모두 다른 이의 것인 양, 또 다른 한예준의 모습을 불러왔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던 연기를 실제로 맛본 까닭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 때는 더 열심히 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말엔 드디어 출발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단, 앞으로 선보일 자신의 연기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훨씬 더 많이 실려 있었다. 이제, 정말 시작인 거다.

Q. ‘선암여고 촬영단’ 촬영이 끝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한예준: 촬영 땐 계속 대본 보고, 연습하고, 또 촬영하고, 끝나면 또 대본 보고 그랬다. 긴장도 많이 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선 밤낮이 바뀌었다. 그래도 오늘은 3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났다.

Q. 새벽 3시를 말하는 건가?

한예준: 맞다. 요즘엔 아침 8시, 9시쯤 잠들었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다. 앗, 일찍이 아닌가? 하하. 더 자면 못 일어날까 봐, 아예 깨어 있었다.

Q. ‘선암여고 탐정단(이하 선암여고)’이 연기 첫 작품이었다. 드라마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3화)은 혼자 모니터했나? “쉿, 조용히 해, 해치지 않아”가 첫 대사였다.

한예준: 3화 방영하고 나서 친구들이 그 대사로 한 달을 놀렸다. 아직도 가끔은 그런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쉿, 조용히 해” 이러는데, 다른 이야기도 그렇게 하는 거다. 예를 들어, “밥 먹자”고 말하면 될 걸, “쉿, 밥 먹자” 이렇게. 하하. 첫 방송은 혼자서는 못 볼 것 같아 동네 친구한테 “같이 좀 봐줘”해서 집에서 보는데, 둘이서 막 꼬집으며 으악, 저거 어떡할 거냐고 그랬다. 친구한테는 오글거린다고 말하긴 했지만, 내심 고생하며 찍었던 걸 TV로 보니 좋았다. 내가 드라마에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Q. 그 장면에서 채율(진지희)이 하라온을 물기도 하고, 사무실에 있던 물건들을 던지기도 했는데.

한예준: 지희한테 실제로 깨물어 달라고 했다. (손등을 가리키며) 여기에 문 자국이 다 났었지. (웃음) 그걸 ‘선암여고’ 단체 채팅방에 찍어 올리며 ‘지희야 고마워’라고 했다. 하하. 그 장면 찍을 때 책도 날라오고 사탕도 날라오고 그랬지만, 아프진 않았다. 두꺼운 책에 맞았을 때, 그때만 살짝 당황했다.

Q.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한예준: 그런데… 연기를 너무 못했다. 연기가 어려운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번 하고 나니 더 어렵더라.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 때는 더 열심히 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11화에서 채율과 같이 차 안에 있던 신이 있지 않았나. 호흡도 억양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느꼈다.

한예준: 카메라가 뒤에서 날 찍고 있을 때 내가 안 나올 줄 알고는 긴장한 상태에서 입을 움직였는데, 방송에서 입을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더라. ‘아, 나 저기서 뭐 한 거냐’ 싶었다. 그리고 그때, 애드립 신이 하나 있었는데….

Q. 어떤 거였나.

한예준: 현장에서 감독님이 대본에 없던 걸 시켜주셨다. 지희랑 나란히 앉아서는 “음악 들을래?” “아니” “그럼, 떡볶이 먹을래?” “아니” “그럼, 우유 잘하는데 아는데 한잔하러 갈래?” 우유였나 요구르트였나, 아무튼 나랑 지희가 이런 식으로 대사를 주고받는 거였는데, 편집됐다.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셔서 한 번 시켜보신 거 같은데. 하하.

Q. 굉장히 코믹한 거였구나. 아! 5, 6화에선 하라온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한예준: 그때 정말 잘해야지 싶어서 대본을 ‘달달달달’ 외웠다. 촬영을 가는 날에도 준비가 다 돼 있으니 매니저 형이랑 떠들고 장난치고, 도착해서도 탐정단 친구들이랑 화기애애하게 얘기하고 그랬었지. 난 다 준비가 되어 있다! 했는데… 대본이 바뀌었다.

Q. 현장에서?

한예준: 난 책 대본이 나오면 무조건 그걸로만 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카페에 수정 대본이 올라와 있었다고 하더라. 드라마가 처음이라 이런 부분을 잘 몰랐다. 수정 대본을 확인해보니, 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긴장해서 입은 말라가고, 10분 동안 외워야 한다는 얘기에… 와… 주변은 촬영 준비로 시끄러웠고, 집중은 해야 하고.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내가 확인했어야 하는 거니깐. 내가 당황한 게 보였는지, 탐정단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는데 체면도 안 서고 그랬다. 하… 하하.

Q. 그래도, 이번 작품이 좋은 경험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한예준: 연기에 더 몰입하고,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Q. 같이 하는 신이 많았던 진지희가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선배이지 않았나.

한예준: 대선배님이시지. 날 정말 열심히 끌어줬다. 많이 가르쳐주고 조언도 해주고. 지희가 연기하는 걸 보면, 진짜 프로페셔널하다. 본받아야 할 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Q.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하라온은 옷을 참 잘 입고 나왔다. 지금 입은 옷도 예쁘고. 평소엔 어떤가.

한예준: 그건 전부 다 스타일리스트 형 덕분이었다. 지금은 그만뒀는데… 그 형, 참 좋았다. 난 라온이처럼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건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준 거고. (웃음) 겨울엔 패딩에 트레이닝 복, 여름엔 청바지에 흰 티만 입고 다닌다. 머리도 잘 안 만진다. 감고 나선 뒤로 다 넘겨서 살짝 부스스하게 다니지. 스케줄이 있을 때만 샵에 가는 거다. ‘패피(패션피플)’가 되고 싶은데… 하하.

Q. 하하. 그럼 그렇게 편하게 입고 운동을 가는 건가. 인스타그램을 보니 스크린 골프를 하던데.

한예준: 요새 골프를 다시 배웠다. 국가대표를 하셨던 프로님한테 자세 교정을 받으니 더 잘 되더라. 그래서 이제는 날아다닌다. 하하. 같이 칠 지인이 없으면 혼자서라도 간다.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가는 것 같다. 내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성향이라서… 먹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 한 달 동안 삼시세끼로 오징어 볶음만 먹은 적이 있다. 고기만 먹은 적도 있고. 물 대신 파워에이드만 마신 적도 있다. 하하. 이제 연기에만 ‘확’ 꽂히면 된다. 아… 꽂히긴 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Q. 그럼,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한예준: 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연기랑 나 자신에 대해서.

Q.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한예준: 사실 난… 좀 진중한 얘기는 나 혼자 묻어놓고 혼자 생각하는 편이다. 주변은 다 일반인 친구들이다 보니, 가끔 맥주 한잔하고 (소속사의) 이사님이랑 얘기한다. 많이 의지하기도 하고. 다른 배우 분들 보면서 이쪽 일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Q. 선배들은 연예계에서 어떻게 생활해 나가고 있는 것 같나.

한예준: 같은 소속사에 있는 (최)재환이 형이 술을 아예 안 드신다고 하시더라. 마셔도 맥주 한 병 정도? 꼭 술이 아니더라도 그런 자제력이나, 어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의 결정력 같은 것들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Q. 요새 베스파 타는 건 좀 시들해졌나? 누군가 몇 달 전에 한 인터뷰 기사에 댓글로 ‘민준이(한예준의 본명은 김민준) 베스파 적당히 타고 파이팅’이라고 적어 놨더라고.

한예준: 어, 나를 아는 사람인가? 베스파를 또 살 지는 고민 중이다. 예전엔 내가 몸을 함부로 썼거든. 거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해서, 다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내 몸이 값비싼 재산은 아니지만, (웃음) 그래도 또 재산이긴 한지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배우는 특히 더 그렇지.

한예준: 그래서 (베스파 사는걸) 겨울에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봄에는 결정하려고 한다. 옛날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벽에 음악을 들으며 베스파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공원에 앉아서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 제일 행복했던 게, 베스파를 ‘뽈뽈뽈’ 타고 가서 뽀글이 라면을 먹고 한강을 보면서 사람들을 보는 거였다. 한 시간 정도 그러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베스파는… 좀 민망한 표현이지만, 내 친구였지. 하하하. 그리고 내가 클래식한 오토바이도 좋아해서 나이가 좀 더 들면 1960년대에 군인들이 타던 걸 사서 멀리 떠나보고 싶기도 하다.

Q. 그러게, 여행은 안 가나?

한예준: 그것도 고민 중이다. 결정을 내리려다가도 ‘아 아니야, 내가 또 무슨 여행이야’ 이러고, ‘아니야, 여행은 또 가 봐야 해’ 이런다. 결정을 내렸다가 다시 내리고, 또 내린다.

Q.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노래는 뭔가.

한예준: 요즘엔 호지어(Hozier)의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 클라이맥스 부분이 좋다. 일주일 동안 한 200번은 들었나? “(노래 부르며) 테이크 미 투 처치~♬“ 그리고 샘 스미스(Sam Smith) 노래는 거의 다 듣는다. 박효신의 ‘동경’도 자주 듣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꽂히면 그것만 하니깐, 요샌 좀 조용하고 차분해지는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다.

Q. 최근에 G마켓 CF도 찍었던데. 목소리는 더빙을 했더라.

한예준: 원래 후시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선암여고 탐정단’ 마지막 촬영할 때쯤이라 많이 바빴다. 성우 분이 대신 해주셨다. 친구들이 이번엔 그걸로 또 장난을 치더라. 단체 채팅방에 CF 캡처를 해서 쫘르륵 보내고, 만나면 갑자기 (CF 속 히어로 동작을 하며) 똬악! 이러고.

Q. 그래도 좋은 친구들이다. 나오는 것들을 다 찾아봐 주고.

한예준: 많이 고맙다. 기사들도 다 찾아본다. 아마, 그 베스파 댓글도 친구 중 한 명일 거다.

Q. 이번에 스무 살이 됐다. 2015년으로 들어서며 세운 계획이 있었나?

한예준: 몸을 만들어야지 했는데 요즘 좀 나태해졌다. 내가 항상 월요일부터 시작하자, 이러거든. 오늘은 스케줄이 좀 많이 있었으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시 파이팅해서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기 연습을 더 열심히 하려고. 이번에 ‘선암여고’를 찍으면서 정말 많이 깨달았다. 연기를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거, 그리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말이다.

Q. 올해에 이루고 싶은 건?

한예준: 올해에 난, 준비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해에 또 다른 작품을 할 기회가 온다면 큰 영광일 텐데, 일단은 나 스스로 준비를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연기를 못한다고 지적을 받아도 당당하게 “저, 노력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해보려고 한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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