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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과욕?...인종화합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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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서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적인 커피 열풍으로 스타벅스의 주가는 최근 1년간 75달러에서 95달러로 26% 수직상승했습니다. 주가가 100달러에 육박하자 회사는 10년만에 2대1의 비율로 주식을 분할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주총에서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이날 "주식분할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반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은 이달 30일 보유주식 1주당 추가로 1주를 더 받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날 주총에서 주식분할에 대한 안건토의는 불과 몇 분도 채 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90분이 넘는 주총 대부분의 시간은 때 아닌 '인종화합 캠페인'을 벌이도록 지시한 슐츠 회장에 대한 성토로 할애됐습니다.

슐츠 회장은 최근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의 직원들에게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전달하면서 종이컵에 인종 화합을 의미하는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라는 문구를 컵에 적고, 고객과 대화를 시도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종차별 해소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면서 포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라고 스타벅스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슐츠 회장의 지시에 미국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백인 중심으로 구성된 스타벅스 경영진의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습니다. SNS의 집중포화로 스타벅스의 코레이 두브로와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몇 시간동안 닫아야 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벅스가 “온라인에서 조롱거리가 됐다”고 꼬집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발언을 빌려 “인종, 정치, 종교 등과 같은 논쟁적 주제를 피하려는 직원들에게 또 다른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주총장에서도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슐츠 회장은 "이번 캠페인이 홍보 활동의 일환이거나 마케팅이 목적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와 비슷한 캠페인을 벌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미국의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인종화합에 관한 설교를 듣지 않기 위해 (스타벅스가 아닌) 던킨도너츠를 갈 것"이라며 냉소적인 글을 올렸습니다. 참고로 슐츠 회장은 1953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유대인입니다.

WSJ는 슐츠 회장의 이번 시도가 스타벅스를 현대사회의 광장처럼 만들려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단지 카페인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타벅스 주가는 떨어졌냐구요? 인종화합 논란이 벌어진 이번 주 3일 동안 93.28달러에서 95.84달러로 2.56달러, 2.7%나 올랐습니다. /sglee@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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