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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에 중독된 美 베이비부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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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40세는 불혹이라고 합니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은 나이란 의미죠. 70세는 고희라고 합니다. 뜻대로, 즉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의 성숙함을 의미하는 40세 이상 70세 미만 미국인들이 요즘 미국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자)를 말하는 겁니다.

대개 40대에 들어서면 인생의 ‘거치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경험했던 실패와 실수를 바탕으로 발전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보내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의 베이비부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마약 남용과 마약 범죄입니다. 미국에서 마약을 남용하거나 마약 범죄로 체포되는 혹은 마약을 과다 복용해 사망하는 중년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중년 이후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수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건 당국도 이런 경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약 및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중년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게 데이터로도 나타나고 있어서랍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에 따르면 약물 과다 복용으로 뜻하지 않게 사망한 45세부터 64세까지 사람의 비율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1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11배가 넘는 속도로 사망률이 확대된 연령층은 전혀 없었답니다. 총 1만2000명을 넘어섰으며, 교통사고나 폐렴 등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를 웃돌았습니다. 또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중년의 사망률은 같은 이유로 사망한 20~30대 사망률을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약물 남용과 중독의 위험이 적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그렇지 않게 나오죠. 일단 과거에 비해 베이비부머들은 젊은 시절에 진통제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유리했습니다. 마리화나, 오피오이드, 코카인, 헤로인 등이죠.

미국의 제약회사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항우울제 복용을 광고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항우울제 복용 증가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심리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듯 하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비참함과 우울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감정 소비가 커진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휴가나 옷차림, 요트를 소유하고 있는 거부들의 사생활을 너무 자주 접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불행하다는 느낌을 더 갖게 된 것입니다.

최근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실린 미국 ‘국립 직업 안전·보건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평균 3만6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와 불경기, 다양한 감정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합니다. 방황하는 미국의 베이비부머, 그저 다른 국가의 얘기만은 아닌 것으로 들리네요./kej@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5.01.1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