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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각 "아빠가 되고 나니 못할 것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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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허각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다. ‘슈퍼스타K2’ 우승,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노래방 애창곡의 대명사. 허각은 ‘슈퍼스타K2’에서 선보인 ‘행복한 나를’, ‘하늘을 달리다’를 비롯해 정식 데뷔곡 ‘헬로(Hello)’와 ‘나를 사랑했던 사람아’, ‘향기만 남아’ 등 대부분 발표곡들이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았다. 그만큼 허각의 노래는 기승전결이 꽉 짜인 ‘허각표 발라드’를 들려줬다. 허각의 무기이자 상징이었다.

그런데 허각이 달라졌다. 17개월 만에 미니 3집 ‘사월의 눈’을 발표하는 허각은 뻔한 발라드가 아닌 도전을 선택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사월의 눈’은 허각 특유의 호소력 가득 담은 지르는 창법이 아니다. 어찌 보면 감정 과잉을 절제하기 위해 애쓴 노력도 보인다. 지금까지의 허각과는 분명히 다르다.

덕분에 더욱 풍부해진 허각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선율과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한 가사에 허각의 절절한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17개월이라는 공백기 동안 결혼과 출산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허각이다. ‘사월의 눈’으로 음악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도 마련하게 됐다. 이제 ‘허각표 발라드’의 정의를 새로 쓸 차례다. 뻔한 발라드 아닌 허각의 감성으로. 허각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Q. 먼저 오랜만에 컴백한 소감이 어떤가?

허각: 너무 오래 쉬어서 어색하다. 재킷 촬영할 때도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이번 앨범은 준비를 오래 했다. 생각한 만큼 뻔한 발라드는 아니고 다른 시도를 해봤다. 허각이 항상 부르던 지르는 발라드가 아니라 조금 더 감성적으로 풀었다. 많은 분들이 듣기에 내가 도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약간 풀어놓은 듯 힘을 뺀 발라드다. 그래서 걱정이 크다.

Q. 걱정이라니, 이번 앨범을 앞두고 일종의 변신을 한 것에 대한 걱정인가.

허각: 맞다. 항상 도전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번 시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고한 믿음은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시기라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 기대 저버리지 않기 위해 준비를 잘했다. 이번에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Q. 타이틀곡 제목이 ‘4월의 눈’이 아닌 ‘사월의 눈’이라고 강조했다. 이유가 있나?

허각: 숫자 4면 안 좋은 느낌이 든다. 하하. 그리고 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Q. 최근 아들의 돌 잔치도 가졌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별 노래다. 허각의 음악적 정서는 역시 이별인가.

허각: 내 정서가 그쪽인 것 같다. 하하. 내가 지금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서 콘셉트를 발랄하고 행복한 노래로 하기에 나와 어울리지 않다. 노력을 많이 해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1440’ 보셨듯이.. 하하.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내 정서에는 슬픈 노래가 어울리는 것 같다.

Q. 처음에 말했듯이 ‘사월의 눈’은 허각이 항상 부르던 발라드가 아니다. 선택하는데 고민도 많았겠다.

허각: 처음 들었을 때 많이 고민했다. 곡을 선택할 때 대표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데뷔하고 처음으로 수정 녹음을 6번이나 했다.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Q. 어떤 대화를 했나?

허각: 지르는 노래들, 스크래치가 있는 곡이라든가 브릿지에서 터트리는 곡을 많이 부르다보니 이 곡을 처음 녹음했을 때 내가 부르는 것 같지 않다고 어필했다. ‘사월의눈’을 아예 지르는 버전으로 부르기도 했다. 정말 깨끗하게 불렀다가 또 정말 거칠게도 불렀다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곡에 대한 애착이 많이 생겼다. 디렉팅을 작곡가 지고릴라 선배가 봐주셨는데 더 많이 끈끈해졌다. 녹음을 여섯 번 정도를 하니까 지고릴라 선배님도 “너가 해. 너가 하라고”라고 할 정도로 그냥 내 노래가 됐다. 그 정도로 믿고 맡겨주셨다.

Q. 변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허각: 데뷔 5년차가 됐는데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결혼하고 아기가 생기고 나서 첫 앨범이기도 하다. 항상 들려드리던 발라드 말고 이런 풍부한 감수성이 있는 노래도 시도를 계속 해서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러다 지고릴라 선배님의 곡을 받게 되서 시도하게 됐다. 많이 쉬었던 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 정규 앨범이 아니라서 죄송하긴 한데 한 곡 한 곡 열심히 녹음했다. 다 정말 좋아서 아깝다. 다 타이틀곡 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사월의 눈’이라는 시적인 제목과 가사도 눈에 띈다. 어떻게 해석했나?

허각: ‘4월에도 눈이 올까?’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라고 나오는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내게도 이런 따뜻한 봄날이 올지 나에게도 따뜻한 사랑이 올 수 있는지 그렇게 해석해서 불렀다. 이미 결혼을 했기에 이렇게 해석하기가 힘이 들기도 했다. 나는 가사 그대로 4월달에 눈이 내리는 게 힘드니까 그렇게 해석했던 것 같다. 지고릴라 선배님이 노래를 너무 시적으로 표현했다. 이 곡을 소개할 때가 굉장히 난해하다. 쉽게 풀어 나가려고 했다. 그리워하는 추억, 회상하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녹음했다. 추상적이고 시적이라 그런지 더 어려워서 6번 녹음한 것 같다. 하하.

Q. 쌍둥이 형 허공과 같은 날 노래가 공개된다.

허각: 기분이 좋다. 형제가 같이 노래하는데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17개월 만에 나오는 것이지만 앨범을 계속 준비했던 차에 형의 리메이크 앨범과 날짜가 우연히 맞았다.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

Q. 17개월 만에 컴백인데 그동안 많은 곡을 작업했을 것이다. 정규가 아니라 죄송하다고도 했는데 미니앨범으로 나온 이유가 있나?

허각: 활동하면서 모든 곡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미니앨범에 들어있는 곡을 기회만 되면 방송에서 다 부르고 싶다. 사실 정규 앨범이 나올 이상으로 준비도 많이 했고, 녹음도 많이 했다. 정규를 내면 직접 다 들려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정규 1집에도 못 들려드려서 아쉬운 곡이 많다. 콘서트에서밖에 들려드릴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미니앨범이나 싱글을 발표한다. 그게 라이브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 욕심이 조금 크다. 에이큐브란 회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처음 계약을 하면서도 저는 공연을 많이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Q. ‘사월의 눈’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허각: 이 곡이 제일 좋다. 가장 많은 도전을 담은 곡이기도 하고, 나오는 시기도 적절하다, 콘셉트가 가장 잘 맞다. 이 노래 제목 때문에 재킷 촬영을 휘닉스 파크 정상에 가서 찍었다. 데뷔 후 첫 야외촬영이었다. 그때 재킷 하나 걸치고 찍었는데 정말 추워서 죽을 뻔했다.

Q.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겼다. 달라진 점이 있나?

허각: 내가 내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살 때와 내가 내 가족을 보호하면서 살 때, 정말 큰 차이가 생겼다. 무게감이 생기고, 목표 의식이 바뀌고, 하루하루가 달라졌다. 노래는 내 목이 닳을 때까지 하겠지만, 가족이 없으면 못할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날부터 생겼다. 소중함을 느꼈다.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면 철이 든다고 하는 게 틀린 말이 아니더라. 노래하는 사람이 감정에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아빠가 되고 가정이 생기니 눈물이 많아지고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쉬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 감수성이 노래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다. 슬픈 이별을 할 때만 그런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할 때에도 생기니까 신기하더라. 내가 가족을 생각할 때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든지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게 신기했다.

Q.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족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다.

허각: 가족이 내가 음악에 더 기울일 수 있게끔 잡아주는 것 같다. 내가 노래할 수 있게끔 안심시켜준다. 정말 노래가 좋다. 행복하고, 지금 내가 일할 수 있는 것에 있어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됐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 내가 말을 하는 게 이해가 되는 시기가 됐다. 신기하더라.

Q. 아기한테 노래를 들려줬나?

허각: 매일 들려준다. 하하. 나는 일상이 내 노래를 많이 들려준다. 또 같은 소속사 식구 에이핑크 노래도. 아들이 끼가 있는 게 에이핑크 ‘러브’로 처음 그루브를 타더라. 진짜 내가 아들 바보가 아니라 ‘러브’ 노래를 유튜브로 틀어놨는데 그냥 혼자 춤을 추더라. 하하.

Q. 아들이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허락할 것인가?

허각: 허락한다. 단, 노래를 못하면 안 시킬 것이다. 내가 우리 아들한테 내 노래를 들려준 계기가 와이프가 노래를 부르면 아들이 운다. 어떤 노래든 부르면 운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넌 노래하지마라”라고 하고 내 노래를 불러주거나 틀어줬다. 그러면 잘 자더라. 하하. 와이프가 임신 중일 때 콘서트에 오고 그래서 태교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Q. 쉬는 동안 육아의 달인이 됐다고 들었다.

허각: 정말 (아기를) 잘 본다. 카메라가 없을 뿐이지 집에서 항상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찍고 있다. 하하. 분담 없이 잘 하고 있다. 셋째까지 낳고 싶다. 아기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머릿속으로 질문을 몇 백가지 몇 천가지 한다고 했다. 그러면 부모님들이 귀찮아한다는데 나는 준비가 돼있다. 육아예능도 빼놓지 않고 잘 본다. 배울 점이 많다. 애가 조금씩 더 크게 되면 ‘아빠 어디가’를 찍는 기분일 것 같다. 직업 특성상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는데 그게 가족한테 좋은 것 같다. 애한테 할애할 시간이 많다. 내 직업에도 감사하고,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Q. 가족을 위한 곡을 발표할 때가 됐지 않나.

허각: 지금은 아직 없다.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닌데 쉽지가 않다. 가족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내 준비, 내 것, 내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 많이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제 준비를 할 것이다.

Q.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허각: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효린이 대단하고 생각한다. 나온 가수 중에 유일한 아이돌 가수인데 무게감이 엄청났을 것이라 생각한다. 쉬면서 모니터를 많이 했는데 방송을 보니 그 압박감을 견뎌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 자리에 내가 만약 있었다면 가사를 틀렸거나 녹화를 끊었을 것 같다. 벌벌 떨어서. 출연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데뷔한지 10년 넘은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랑 함께 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자리다. 상상도 안 해봤다. 효린이 정말 그 내공이 대단한 것 같다.

Q. 허각은 콜라보 작업도 많이 했지 않나. 또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

허각: 나랑 하고 싶다고 하면 다 좋다. 그중에서 에일리, 다비치 이해리와도 하고 싶다. 하하. 꼭 누구를 꼽으면 친한 친구들이 자기 말 안했다고 혼낸다. 아, 박보람. 인터뷰하면 꼭 자기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하하. 신용재도 좋다. 사실 콜라보는 좋은데 잘하는 가수와 하면 내가 못하는 게 티가 나니까.. 하하. 그리고 항상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하고 싶다. 또 에이핑크에서 정은지랑만 했으니 에이핑크 다른 친구들이랑도 하고 싶다. 정은지만 노래 잘해서 그 친구와 콜라보하는 게 아니다. 다른 친구들도 노래 잘한다. 에이핑크 각각 친구들도 목소리가 다 개성이 있으니 하고 싶다. 노래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누구든지 허락해주면 다 하고 싶다. 가수 지아와도 하고 싶다. 욕심이 많다.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가. 계속 나오고 싶다.

Q.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원하는 변화상이 있나?

허각: 나는 사실 내 스타일이 지겹지 않다. 하지만 듣는 사람도 그렇고 항상 똑같은 것만 할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내 성격이 형식적인 것을 싫어한다. 노래하는 데 있어서 나 자체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이 앨범을 시작으로 나의 까불까불한 성격도 그렇고 말뿐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은 과묵한 이미지가 있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Q. 음원차트 순위가 아닌 스스로의 평가 기준이 있다면.

허각: 그냥 단순하게 칭찬이 좋다. 형식적인 게 아니라 ‘잘했다’는 말이 듣기가 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오버하게 될 만큼 잘한다는 말이 기분이 좋다. 에너지가 막 생긴다. 그래서 이번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왜 이런 노래를 갖고 나왔어’라든지 안 좋은 말을 들으면 기운이 없어진다. 삼손이 머리 자르면 힘이 없어지듯이 그러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지고릴라 형이 노래도 정말 잘 만들어주셨고, 나는 노래만 잘하면 되겠다는 이 생각만 계속 하고 있다. 안 좋은 평가가 생각나면 부르다가도 못 부를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게 싫다. 생각보다 되게 단순해서 그게 제일 걱정이다. 나는 나만 노래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Q. 음악방송 1위 공약을 세운다면?

허각: 1위를 한다면 SNS에다가 아들과 같이 에이핑크 ‘러브’에 맞춰서 같이 춤을 추겠다. 하하.

Q.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허각: 나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있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고, 올해는 그것을 목표로 삼고 싶다.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끝)

사진제공.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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