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中,금융자유화와 금융위기 상관관계 깰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에 금융위기가 닥칠까요. 중국 당국은 금융위기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후 연 기자회견에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중국 신화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대목에 있습니다. 신화사 기자의 예리한 질문입니다.
”작년 이후 은행 부실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 그림자은행 리스크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동시에 일부 지방정부가 갚아야하는 부채가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으론 경기하강 압력이 커지면서 다른 한켠으론 금융리스크가 쌓이고 있다. 총리는 어떻게 보는가.:”

이에 대한 리 총리의 답변은 위험은 인정하지만 시스템적 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대고 있습니다. 답변을 자세히 들여다보시죠.

“중국에 분명히 개별적인 금융리스크가 있다.그러나 시스템적이나 지역적인 금융리스크의 발생은 완전히 막을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아직도 합리적 구간에 있고 저축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부채 70% 이상은 투자성격인데다 수익이 나오는 것이다. 부채 플랫폼을 규범화하고 있는 중이다. 뒷문은 닫고 앞문을 열고 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비교적 높다. 부실대출이 다소 늘었지만 세계적으론 비교적 낮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기자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에 나옵니다.개별 금융기업이나 회사채 부도를 용인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이어진 겁니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데 개별적인 금융리스크의 발생을 용인할 것이다.시장화 원칙에 맞춰 청산하도록 할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막고 사람들의 리스크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다층자본시장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의 자금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고,금융이 더욱 실물경제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겠다”

리 총리의 희망대로만 되면 좋겠지요.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금융리스크는 전염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금융개혁의 물방울이 원자폭탄과 같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중국 학자들도 있습니다. 개별적인 리스크를 용인하는 대신 시스템적 리스크를 차단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개별적인 리스크 용인은 금융회사의 부도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개별적인 금융리스크까지 정부가 다 막아줄 경우 도덕적 해이가 심화됩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상반기에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연내에 금리자유화를 하겠다고 한 발언과 리 총리의 개별적인 금융리스크 용인은 모두 은행 등 금융회사를 둘러싼 정부의 보호막을 깨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합니다.

지난해 제가 쓴 기사중 예금보험제도와 금리자유화의 의미를 쓴 부분입니다. “중국의 예금보험제도는 은행이 자신의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지불하고 예금의 안전에 대해서 보장을 받는 겁니다.정부가 그동안 은행 예금에 대해 암묵적으로 무한보증을 서준 관행을 깨겠다는 신호입니다.보험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이 정부의 기능을 대체하는 겁니다. 금리자유화는 금리 결정권을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기겠다는 겁니다. 정부 입김을 줄이는 점에서 예금보험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정하라는 것입니다. 그 대신 리스크는 은행 스스로 알아서 책임지라는 겁니다. ’예금에 대한 암묵적인 무한 보증=예금은행에 대한 무한보증’으로 받아들여져온 관행을 깨겠다는 겁니다.중국에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깨지게 됐습니다. 실제 금융당국은 은행 파산 절차를 명확히하는 규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리 총리의 개별 금융리스크 발생 용인 발언이 나온 겁니다. 이미 소규모의 금융리스크는 곳곳에서 발생중입니다.중국에서 급팽창하는 핀테크의 하나인 온라인중개대출인 P2P대출 중개업체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해서 문제가 생긴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조만간 핀테크 감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입니다.대형 부동산업체의 회사채 디폴트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미국 기업들의 달러표시 부채가 1조달러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도 있습니다.

중국의 금융개혁은 시장화를 향하고 있고, 정부가 갖고 있던 권력을 시장 경제주체들에 넘기는 대신 시장 경제주체의 자기책임도 덩달아 키웁니다. 금리자유화로 예금자들도 자기 책임하에 예금을 해야한다(저우샤오촨)는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옵니다.

금리자유화나 P2P대출 및 민영은행 육성은 모두 금융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자유화 개혁의 일환입니다. 과거 금융위기와 금융자유화간 상관관계를 증명한 경제학자들의 연구는 즐비합니다. 카를로스 디아즈 알레젠드로는 “굿바이 금융규제,헬로우 금융붕괴”라고 갈파했습니다. 한국도 1980년대말 금리자유화를 추진했다가 금리 급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뒤로 미뤄 결국 1997년 금리를 자유화했었지요. 더욱이 금리자유화로 예금금리가 치솟으면 저축이 늘어 상대적으로 소비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중국이 최근 추구하는 소비진작에 해가 되는 일입니다.

중국의 금융자유화가 이 같은 난관을 헤치고 연착륙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중국의 행보가 금융자유화와 금융위기의 연계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되는 이유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