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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래퍼 빈지노, 인연 인가 악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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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중가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출시하며 래퍼 ‘빈지노’를 모델로 썼습니다. 빈지노는 요즘 힙합씬에서 아주 ‘핫’하면서도 특이한 경력을 가진 래퍼입니다. 그는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했지만 힙합음악에 몰두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습니다.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랩 실력 때문에 대형 기획사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는 ‘일리네어 레코드’라는 소규모 회사에 들어갑니다.

일리네어 레코드는 역시 래퍼인 도끼, 더콰이엇 등 딱 3명만 소속된 회사로 공중파 음악방송엔 나오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획한 공연과 일부 케이블 방송에만 출연합니다. 음악적으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 그런데도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빈지노는 유명 모델들과도 어울려며 래퍼는 물론 패셔니스타로도 인기를 끌고 있지요. 삼성도 당시 이 같은 ‘젊고, 자수성가형이고, 반항적이고, 럭셔리한’ 빈지노의 이미지를 높게 사 모델로 고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빈지노가 삼성의 모델이 되자 힙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힙합이 삼성전자까지 뚫었다”며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LG전자같은 거대기업이 한국 래퍼를 모델로 쓴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빈지노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댓글이 또 한번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빈지노의 동료 래퍼가 아이폰6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자 빈지노는 삼성 모델답게 “무슨 아이폰이냐, 삼성폰 쓰라”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동료래퍼는 “너도 아이폰 쓰잖아, 이 삼성 아들래미야”라고 다시 답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빈지노는 “아빠한테 (삼성폰을) 하나 더 달라고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농담조였겠지만, 두 가지 사실을 시인한거죠. 하나는 본인이 삼성 제품이 아닌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아버지가 삼성에 근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일부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삼성 제품에 대한 역반응이 나왔습니다. “삼성 아들이니 모델로 썼네” “역시 빈지노도 실제로는 아이폰 쓰네” 식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죠. 삼성 입장에선 처음엔 참신한 모델을 썼다고 좋은 평가를 받다가, 나중엔 씁쓸한 결론으로 마무리한 셈이 됐습니다. /inklings@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