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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이 미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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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해외여행 중이던 박주영이 국내여행을 선택했다.’ ‘국내 최고 연봉을 받고 다시 해외로 나갈 것.’ ‘벤치만 달구던 박주영에겐 K리그도 만만치 않을 것.’

박주영(30)의 국내 프로축구 복귀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입니다. 한때 천재 스트라이커로 불리던 박주영이 돌아왔지만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언제부터 박주영은 팬에게 ‘미움받는 선수’가 됐을까요. 언론도 박주영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잘 쓰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에 부응하는 기사도 자주 보입니다.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따봉’ 하는 모습이 실린 기사에는 악플이 끊이지 않습니다.

스포츠 기자 모임에서 박주영이 언론과 반목하게 된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스포츠전문지 기자는 “직접 만나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박주영의 싸늘한 말투와 냉소적인 태도를 문제로 꼽았습니다. 대화를 해 보고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며 고개를 젓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박주영은 체육 기자들 사이에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것도 흔한 일 입니다. 작년 국가대표 평가전에선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방송사의 플래시 인터뷰마저 거절해 논란이 됐습니다.

박주영이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건 신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박주영의 발언은 모두 기사가 됐죠. 축구계 관계자는 “박주영이 자신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보도되는 걸 보고 언론을 불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을 싫어하는 박주영의 성향까지 탓할 수는 없지만 그는 언론과 담을 쌓으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박주영이 모나코 공화국의 10년 체류 자격을 취득하면서 병역회피 의혹을 사고, 소속팀에서 출전하지 못하지만 국가대표 감독과의 친분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의리’ 논란이 벌어졌을 때에도 그의 처지를 설명해주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박주영도 국내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K리그 복귀를 적지 않게 망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의지가 더 강했다고 하네요. FC서울 관계자는 “해외 무대를 거치고 나이가 들면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는 야구선수 김병현(KIA)입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20대 시절 기자들을 피하고, 야유를 보내는 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여 국내는 물론 미국 언론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주영처럼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샀죠. 하지만 그는 국내 복귀 후 기자회견장에서 농담을 던지는 등 언론과 가까운 선수가 됐습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박주영이 공인인 프로 선수로서 팬들에 대한 접근성, 언론과의 관계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마음을 열면 외부의 오해들을 없애며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빠른 길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입니다. 최근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나이는 아직 서른입니다. 축구선수로는 아직 한창 뛸 시기죠. 꾸준히 활약을 펼친다면 그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bebop@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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