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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연예인에 빠진 여자! 당신도 '걸크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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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여자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포미닛, f(x) 엠버, Mnet ‘언프리티 랩스타’ 등이 여성 팬덤을 양성하며 가요계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의 팬들, ‘여덕’들은 왜 여자에게 반하는 것일까?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여자에 반하는 것을 두고 ‘걸크러쉬’라 이른다. 걸크러쉬(Girl Crush)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여자가 여자에게 충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덕통사고(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덕후(팬)가 된다는 뜻)의 일종으로 어떠한 요소로 인한 충격을 통해 반하게 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걸크러쉬에 구체적이고 솔직한 뜻은 한 외국 여성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다. (* 비속어가 섞인 통쾌한 영상이니 주의) 영상에 따르면 걸크러쉬에는 3단계가 있다. 첫 번째 친해지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 두 번째 그 사람이 되고 싶은 것, 세 번째 정말 사귀고 싶은 것이다. 예쁜 옷을 입은 여자나 몸매가 좋은 여자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도 걸크러쉬의 아주 기초적인 단계다.

걸크러쉬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남자들이 있다면, 세계적인 운동선수를 떠올리면 된다. 남자들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티븐 제라드 등을 보면 느끼는 동경이 걸크러쉬와 유사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걸크러쉬를 두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여성이 어떠한 것을 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오는 충격(Crush)이 걸크러쉬”라고 설명했다. 즉, 워너비가 될 수 있는 여자들이 걸크러쉬 생성의 기본이다. 덕통사고와 워너비가 걸크러쉬의 기본적인 환경을 형성하지만, 걸크러쉬의 유형은 다양하다.

# 무릎을 꿇고 마는 카리스마 걸크러쉬

먼저 카리스마로 여심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가요계 ‘센 언니’ 콘셉트가 대표적인 예다. 위로는 가수 이효리와 걸그룹 2NE1(투애니원) 씨엘이 보여준 카리스마, 최근에는 걸그룹 포미닛과 Mnet ‘언프리티 랩스타’ 대표 여성 래퍼들이 있다. 포미닛의 경우, 데뷔 초부터 여전사 콘셉트를 주로 선보였다. ‘이름이 뭐예요’와 ‘오늘 뭐해’로 대중적인 노선을 취하다 최근 다시 ‘미쳐’로 돌아와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하고 싶은 워너비를 뛰어 넘어 카리스마에 굴복하게 만드는 걸크러쉬다.

# ‘나는 다시 태어났어야 했어’ 섹시 걸크러쉬

남자만 섹시함에 빠져들지 않는다. 여자가 봐도 섹시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걸크러쉬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있다. 나인뮤지스의 경우, 자극적인 노출이나 선정적인 안무 없이 자연스럽고 성숙한 섹시함으로 여덕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모델돌이라는 수식어 답게 태생부터 다른 이기적인 몸매로 진정한 워너비로 평가받는다. 거적때기만 걸쳐도 패셔니스타로 등극하는 진정한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의 주인공이다. 흔한 섹시 걸그룹과 차별화를 이룬다. 단순한 섹시가 아닌 ‘멋있는 언니’의 인상을 남긴다. 최근 나인뮤지스가 선보인 ‘성인식’ 무대나 셔츠를 입고 오른 ‘드라마’ 무대를 본다면 세련된 섹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지켜주고 싶은 걸크러쉬

모성애를 자극하는 걸크러쉬도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지켜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경우다. ‘우쭈쭈’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다. 대표적인 예로 에이핑크, 러블리즈로 대표되는 청순 걸그룹 계보가 있다. 섹시나 카리스마 걸크러쉬는 넋을 놓고 보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면, 모성애 걸크러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자극적이고 센 콘셉트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친화적이며 여성 팬층을 공략하는 데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 보이시한 매력에 반하는 걸크러쉬

중성적인 매력으로 이성인 듯 이성 아닌 이성 같은 감정을 품게 만드는 걸크러쉬도 있다. 남자친구 같은 듬직한 모습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f(x) 엠버다. 엠버는 데뷔 초부터 짧은 머리와 바지를 고수하며 보이시한 매력을 자랑했다. 최근 출연한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지아이엠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선보이며 듬직한 걸크러쉬를 만들어냈다.

# 기타

걸그룹이 아닌 여배우의 영역에서도 걸크러쉬의 여러 유형을 찾아볼 수 있다. 김태희, 한가인과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여신급 외모로 걸크러쉬를 자아내는 유형이 있다. 또한, 문소리, 김혜수처럼 작품 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사회적 발언으로 소신을 보여줄 때 걸크러쉬를 자아내기도 한다.

다양한 유형의 걸크러쉬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반전 매력과 개념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걸크러쉬를 자아내는 대부분 걸그룹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에이핑크 뉴스’, ‘에이핑크의 쇼타임’, ‘포미닛의 트레블 메이커’, ‘나뮤캐스트’, ‘진짜 사나이’ 등 각종 리얼리티를 통해 여자 연예인들의 예쁜 외모 뒤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털털함과 더불어 팬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마음과 봉사나 선행 같은 개념 활동이 ‘그냥 예쁨’에서 ‘멋있음’ 단계로 가는 걸크러쉬를 완성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여덕은 팬덤의 중추다. 남성팬들에 비해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으며 찍덕, 팬아트 등 팬덤의 하위문화를 형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여자 연예인에게 있어 여덕의 존재는 같은 여자에게도 인정받았다는 상징성도 있다. 여덕은 그 연예인이 이성적 매력을 넘어 인간적 매력을 지녔다는 증거가 된다. 걸크러쉬와 여덕을 통한 팬덤 활동은 팬문화에 다양성을 일으키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끝)

사진. 팽현준 기자, 큐브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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