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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뒷이야기)오페라는 화려하기만 할까…밑바닥 현실 그려낸 '베리스모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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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문화부 기자)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무대는 이집트입니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죠. 푸치니의 대표작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투란도트 공주와 공주가 낸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가 주인공입니다. 바그너의 작품들은 신화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일생의 걸작인 ‘반지’ 4부작은 신들의 전쟁이 스토리의 중심입니다.

그밖에도 신화나 왕궁에서 벌어지는 암투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오페라는 화려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이같은 작품의 소재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오페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민들의 어두운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 작품도 있습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나타난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입니다. 베리스모는 ‘사실주의’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이 시기에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 알렉상드르 뒤마 등이 실증주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이른바 ‘자연주의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이런 사조를 오페라에 도입했습니다.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 섬의 서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치정극이 주된 내용입니다. 또다른 대표작인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는 이탈리아 칼라브리안의 한 마을을 찾은 유랑극단에서 남녀 문제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습니다. 비제의 역작 ‘카르멘’이나 푸치니의 ‘라 보엠’도 베리스모 오페라로 분류됩니다.

오는 12~15일 국립오페라단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도 베리스모 오페라의 전형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공포정치의 희생양으로 처형된 비운의 시인 앙드레 셰니에의 삶과 사랑을 담았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이래 처음 도전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셰니에는 테너 박성규와 윤병길이, 혁명 정부의 간부 카를로 제라르는 바리톤 루치오 갈로와 한명원이 맡았습니다. 귀족 가문의 딸로 셰니에와 사랑에 빠지는 맏달레나는 소프라노 고현아와 김라희가 연기할 예정입니다. 지휘는 다니엘레 칼레가리, 연출은 스테파노 포다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어떻게 공연할지 기대됩니다.
/leeswoo@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