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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의 놀이 '인스트루멘탈 챌린지'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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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최근 SNS상에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연주자들끼리 마치 래퍼들이 랩을 주고받듯이 서로를 지목해 연주를 주고받고 있다. ‘인스트루멘탈 챌린지’가 그것이다. 페이스북에 마련된 ‘인스트루멘탈 챌린지’ 페이지에 가면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샘 리, 서영도, 타미김 등 한국의 정상급 연주자들부터 박주원, 정성하, 찰리정, 윤석철, 한웅원, 피아의 양혜승 등 유명 연주자들이 여기에 가세해 연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지목당한 연주자가 24시간 안에 본인의 1분가량 길이의 연주를 올리고, 그와 함게 또 다른 연주자를 지목하면 된다. 이 릴레이의 ‘비공식’적인 시작은 메이트 출신 기타리스트 임헌일이었다. 임헌일이 지난 2월 24일 인스타그램에 15초가량의 연주를 올리고 “양시온 덤벼”라고 글을 올리자 베이시스트 양시온이 이를 받아 연주 영상을 올렸다. 이에 임헌일은 “문득 주원형의 블루스 연주가 듣고 싶어진다. 문석이도 덤벼”라며 박주원과 최문석을 지목했다. 박주원은 “덤벼라. 헌일, 시온. 너네 유치원에서 미끄럼틀 탈 때 형 기타 시작했다”라며 이를 ‘쿨’하게 받았다.

박주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인스트루멘탈 챌린지 페이지를 만들고 공식적으로 이 릴레이를 이어나갔다. 그가 지목한 연주자는 타미김, 찰리정, 김종락, 임주찬, 이정훈, 임용훈, 구본암, 전용준, 조재범.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제각각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한웅원은 혼자서 건반, 베이스, 드럼을 모두 연주해 원맨밴드의 면모를 보여줬다. 윤석철은 자신이 작곡에 참여한 자이언티X크러쉬의 ‘그냥(Just)’을 재즈 버전으로 연주하고 유희열을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이외에 로다운 30의 윤병주, 블루스 기타리스트 하헌진 등으로 릴레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SNS상에 연주자들이 자신의 연주를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놀이’다. 샘리와 같은 정상급 프로 기타리스트는 연주 영상을 올리면서 기타를 배우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또 완전 신인급 연주자들은 아직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때로는 영화 같은 일도 벌어진다. 임정현 씨는 지난 2005년 유튜브에 ‘캐논’ 기타연주 영상을 올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스트루멘탈 챌린지 페이지에는 세션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연주자들부터 자신의 앨범을 발표한 이들 외에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있다. 엄청난 테크닉을 지닌 바이올린 연주자부터, 뜨거운 록을 연주하는 여성 기타리스트, 화려한 썸피킹으로 선보이는 재즈 기타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언제든지 기회만 되면 일반인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을 만한 이들이 즐비하다. 박주원은 페이스북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피아노 실력과 기타실력, 노래실력으로 천재라 추앙받는 이들이 있다면, 만재 백만재들이 여기 한 트럭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짧은 연주 영상들은 최근 우리의 눈과 귀를 지배하는 SNS,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올라오는 연주영상을 클릭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주가 재미없으면 다른 영상을 보면 그만이다. 이곳은 가수, 작곡가에 비해 매체에 노출되기 힘든 연주자들이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대중은 SNS에서 자신이 모르는 뮤지션의 연주를 듣는데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들은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이제 TV는 필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방송국 PD들은 인스트루멘탈 챌린지와 같은 페이지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끝)

사진. 페이스북 인스트루멘탈 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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