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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인대 핫이슈 회색수입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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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일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3차 전체회의가 개막합니다.개막일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발표하는 정부업무보고와 폐막 직후 리 총리의 기자회견이 하이라이트입니다.올해 국정운영 방향의 밑그림이 드러나는 가장 핵심적인 장면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업무보고에서 어떤 새로운 내용이 실릴 지 중국언론들도 다양한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기자는 이번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회색수입이 핫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합니다. 회색수입은 불법소득은 아니지만 당정 고위층과 국유 기업 임원이 정식 급여 외에 편법을 통해 은밀히 얻은 소득을 일컫습니다.회색수입 개혁은 이번 전인대에서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유기업 개혁과 부패척결 소득분배개혁 소비진작을 통한 성장방식 전환 등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2010년 3월 원자바오 당시 총리가 전인대에서 정부업무보고 초안에 “회색수입을 규범화하겠다”고 적시했다가 심의 과정에서 이 문구가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습니다.정부 공문에 회색수입을 적시하는 것은 회색수입의 존재를 정부가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반발에 밀린 겁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 출범이후 벌이는 부패와의 전쟁은 회색수입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올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군 시찰현장에서 “회색수입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중국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서 회색수입이 공식 거론된 겁니다.

회색수입은 소득분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넘어야할 장애물입니다. 중국이 소비진작을 통해 이루려는 새로운 성장방식은 중산층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가능합니다.부패관료와 부패기업인들의 사치소비를 중산층의 건전소비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소득분배 개혁이 선행돼야하는 거죠.

회색수입을 창출하는 커넥션을 깨는 게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운동 이후 그동안 설로만 돌던 회색수입 커넥션이 현지 언론을 통해 부각되고 있습니다. 회색수입 커넥션은 철(鐵)삼각으로 불릴만큼 견고하게 기득권층을 형성해온 은행 기업 정부관료가 구축하고 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의 신호탄이 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몰락에서부터 잇따르고 있는 부패 관료와 기업인 금융인의 체포 과정은 중국의 회색수입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중국언론을 통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회색수입을 챙겼는지가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보시라이 사건에선 다롄스더라는 기업이 프랑스 별장을 헌납하고 보시라이 아들의 영국 유학자금을 대줬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으로 산시방(山西幇,산시가 고향인 인사들이 주축이 된 이익집단)라는 파벌을 이끌던 링지화가 부패혐의로 지난해말 체포된 이후 중국언론에서는 그가 친인척을 동원해 국유기업의 광고 수주 등 일감을 독식하면서 부를 챙겨온 커넥션 구조도까지 그려가며 그의 회색수입 창출 구조를 전했습니다.

2013년 광저우시 당서기에서 낙마한 완칭량은 광저우시에 속한 소도시 지에양시 당서기로 있을 때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에게 5000만위안을 주고 당시 중국석유(CNPC)의 신규공장을 유치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이달초 홍콩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은 석유방 (石油幇,석유업계 임원 출신의 정치세력) 의 대부로 부패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완칭량이 저우빈에게 청탁을 할 때 중국석유의 회장은 저우융캉의 측근인 장제민이었습니다.장제민은 이후 중국 중앙정부 소속 국유기업을 감독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의 주임(장관)으로 발탁됐으나 부패와의 전쟁으로 석유방이 초토화되면서 낙마한 상태입니다. 왕칭량은 저우빈을 통한 청탁이 통해 초기투자가 500억위안이 들어가는 CNPC공장 유치에 성공했고,그 공을 인정받아 광둥성 부성장에 이어 광저우 당서기가 되는 등 승승장구해왔습니다.

지난달말 17년형을 선고받은 니파커 전 안후이성 부성장은 예술품 수집이 취미로 그 때문에 뇌물을 고액의 예술품으로 받은 사실이 적발돼 낙마했습니다.중국 미술품 시장 활황에 부패가 만든 거품이 적지 않이 끼어있음을 엿보게됩니다.

지난 2월초엔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사령탑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홈페이지에서 2014년 3차 반부패 순시활동 결과를 통해 국유기업들의 회색수입을 상세하게 전했습니다.

중국 2위 통신업체인 차이나유니콤은 일부 경영진이 직권을 이용해 대리상, 공급상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거나 성접대를 받았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내세워 이익을 취하고, 자녀들의 유학비용을 대납시키거나 취업 알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가증권이나 사치품을 뇌물로 받고, 골프비용이나 해외여행 비용을 대리상이나 공급상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중국선박에서는 일부 기업인들이 가족 명의로 회사를 세운 후 관련 부품을 납품케 하는 식으로 이익을 챙겼습니다. 당시 중앙기율위의 지적에 창샤오빙 차이나유니콤 회장은 "정곡을 찌른 것으로 (지적사항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며 "자체적으로도 정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지요.

회색수입 개혁은 회색수입 커넥션 드라마의 3대 주역인 국유은행 지방관료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이 이번 전인대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합니다.

국유은행과 국유기업은 정부관료의 입김을 줄이고 경영진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노력이 예상됩니다. 이와함께 성과가 좋은 임직원에게 지분인센티브를 주는 새로운 성과보상시스템 도입도 전망됩니다.국유기업은 국유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사유화하는 건 사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쳐져 금기시 돼왔습니다.그러나 국유기업과 은행의 과도한 급여의 수정 필요성이 대두되고,수입구조를 투명화하는 노력이 요구되면서 적절한 성과보상 시스템 필요성이 부각되자 국유기업도 지분인센티브를 허용하기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국유은행과 국유기업의 개혁은 민영기업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독점깨기에도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중국 당국이 1996년 1호 민영은행인 민생은행을 설립 허가를 내준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개 민영은행 설립인가를 내준 게 대표적입니다.

국유기업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도 추진됩니다. 중국의 양대 철도제작업체인 남차와 북차가 합병한 것처럼 통신업계와 석유업계의 대형 합병설이 나오는 등 국유기업의 빅딜을 통한 대형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경영권은 남기고 일부 지분을 민간과 외자에 넘기는 혼합소유제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국유기업 개혁의 종합 청사진은 전인대 이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방정부의 부패고리를 잘라내기 위해선 지방 사법기관 개입이나 법적근거가 없는 공문서 남발을 금지토록 할 방침입니다.이번 전인대에서 심의하기로 한 입법법 수정안은 법적 근거없이 지방정부가 발급한 문서는 효력이 없음을 규정하는 게 핵심입니다.관료들이 회색수입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책 중 하나가 재산공개입니다. 중국에서 관료의 재산공개 논의는 1987년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직도 지방도시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준입니다.재산공개를 해야할 관료의 범위를 얼마나 확대할 지가 주목대상입니다.

회색수입 개혁이 본격화되면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환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점쳐집니다.투명한 규정이 생기면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관씨(關係)구축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한 지인은 "중국에선 법의 테두리안에서 절묘하게 관씨를 구축하는 선(線)이 있는 데 중국인들 눈에는 보이지만 외국기업들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그 선이 이젠 뚜렷해지는 겁니다.

시진핑의 부패척결은 공산당의 통치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순수한 도덕정화 운동이라기 보다는 기존 부(富)의 왜곡된 창출과정인 회색수입 커넥션을 깨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불 수 있습니다.궁극적인 목표는 소득분배 개혁에 기반한 건전 소비진작을 통한 성장방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색수입 개혁은 국유기업 국유은행 부패척결을 모두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만일 이번 정부업무보고에서도 회색수입 개혁을 넣지 못한다면 중국의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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