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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윤희 "30대 되니 연기 욕심 생기고, 재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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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윤 한경 텐아시아 기자) “예전엔 쑥스러워서 늘 숨어다녔지만 요즘엔 좀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커요” 카메라 앞에서 늘 수줍기만 하던 여고생은 어느새 14년차 배우로 훌쩍 성장했다.

1999년 이수영의 뮤직비디오 ‘아이 빌리브'(I believe)로 데뷔, 2002년 SBS 시트콤 ‘오렌지’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로 접어든 그는 가파른 상승곡선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이제는 성숙미가 풍기는 여배우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KBS2 ‘왕의 얼굴’로 첫 사극 도전을 무사히 마친 그에게서는 특유의 귀여운 미소와 함께 안도감이 읽힌다. 또박 또박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서는 조용하지만 당차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영민함도 엿보인다.

Q. ‘왕의 얼굴’이 데뷔 12년 만에 첫 사극이었다.

조윤희: 어려웠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사극이 처음이라 두려움이 있었는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있다. 함께 의지하면서 배워간 것 같다. 5~6개월을 함께 추위를 이겨내며 지내다보니 마지막엔 아쉬움이 크더라.

Q. 극중 김가희(조윤희)가 선조를 죽이기 위해 함께 독차를 마신 후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목소리를 잃은 결말은 애처로움을 자아냈다.

조윤희: 비극적이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바라던 대로 광해를 왕위에 올리고 죽지 않고 살았고, 선조에 대한 속죄의식을 평생 지니고 사는 게 가희에게는 최선이자 해피엔딩이었을 것 같다.

Q. 실제로도 순정파인가?

조윤희: 음 그런 것 같다(웃음)

Q. 보이시하면서 여성스러운 매력이 조윤희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이번 사극에서도 있었다.

조윤희: 감독님에게서 깊이 있고 어른스럽고 차분하게 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좀더 단단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들었고. 스스로도 그런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해서 남장을 한다고 했을 때 설렜다. 액션 연기 도전도 새로웠고.

Q. 사극은 특유의 말투를 비롯해서 준비가 많이 필요한 장르인데 어떤 준비가 있었나

조윤희: 승마와 액션을 따로 배웠고, 사극 말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보니 무척 편한 톤이더다. 안 쓰던 말투라 어색할 뿐 오히려 나중에는 더 좋았다. 액션도 워낙 안해본 걸 해보다 보니 부딪치고 까이는 상처는 있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 액션신 찍고 모니터 해 보면 정말 멋있더라. 나중에는 더 멋있게 비중있는 역할도 하고 싶다.

Q. 서인국은 어떤 파트너였나?

조윤희: 인국이는 정말 상대방을 너무나 편하게 해 주더라. 열심히 하고 잘 하는 배우라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 게다가 점점 잘생겨져가고 있다.(웃음) 흔들리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고 자극도 받고 있다. 나와 정말 잘 맞는 친구였고, 어떤 파트너를 만나도 호흡을 잘 맞추는 남자배우일 것 같다.

Q.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때부터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엽고 보이시한 매력이 많이 부각됐다.

조윤희: 스스로는 중성적인 매력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 캐릭터를 맡았을 때 편하고 잘할 수 있다. 실제 성격도 굉장히 여성스럽지는 않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예전에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좀 센 여자의 느낌이 늘어난 것 같다.(웃음)

Q. 주위 사람들과 있을 땐 어떤 편인가?

조윤희: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배려심 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크다. 근데 정말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얘길 들어보면 좀 센 느낌도 있다로 하더라(웃음) 요즘엔 리더십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이전에는 늘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었다면 요즘엔 자기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커리어 우먼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점점 기가 세 지는 것 같기도 하고.

Q. 그렇게 스스로 변화해야 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

조윤희: 30대에 접어들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면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20대까지는 남의 눈에 띄는 걸 싫어하고 항상 숨어다녔다. 사람들의 주목 받는 게 쑥스럽고 창피했다. 어릴 적 꿈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지금은 좀 달라졌다.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는 폭도 점점 넓어지더라. 예전엔 캐릭터를 얘기해도 내 의견이 거의 없고 정형화된 생각밖에 못했는데 나이가 점점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의 차원이 커지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더라.

Q. 3년간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

조윤희: 끊임없이 일할 수 있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를 생각해주셔서 캐스팅 제의를 하시면 다 하고 싶다. 어떤 배우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이 안 들어오는 분들도 있을 거고, 나 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다. 앞으로는 쉴 새 없이 일해야지.(웃음)

Q.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나보다.

조윤희: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던 건 30대부터다. 이전엔 어렵고 불편하고 나와 안 맞다고 생각해서 주눅들고 자신이 없었다. 딴 걸 해볼까 했는데 마땅히 결혼 말고는 할 게 없는데 그건 싫더라. 내가 재주가 많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면 아마 힘들어서 그만 뒀을 거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다른 걸 그다지 잘하는 게 없었다. 꾸준히 버티다보니 내게 좋은 기회가 왔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와서 기쁘다.

Q. 연애할 때의 조윤희는 어떤 스타일인가?

조윤희: 나는 눈치도 없고 곰 같다. 다행히 점점 여우가 돼 가는 것 같긴 하다. 정말 곰탱이였는데. 이전엔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도 없고 눈치도 없었다 . 좋아해도 고백도, 표현도 잘 못했다. 지금은 분위기 봐서 좋아한다고 표현도 하고, 누군가 내게 관심이 있다는 촉이 오면 대시하도록 마음도 열고 그런다.(웃음) 몰래 몰래 조용히 연애도 하고 그래야 연기할 때도 감정이 나오는 것 같다.

Q. 특별히 좋아하는 이상형이 있나?

조윤희: 배려심 많고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남자다운 자신감도 있어야 하지만 심성이 고운 사람이어야 존경할 수 있을 것 같다.

Q. 해외 쪽 작품에도 관심이 있나?

조윤희: 꼭 해보고 싶다. 요즘 중국 드라마도 많이 하는데, 가서 고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외국 스태프들과 한번 작업해보고 싶고, 다른 시스템도 경험해보고 싶은 열망이 크다.

Q. 예능은 어떤가?

조윤희: 언젠가 한번 토크쇼에 나갔었는데 나를 너무 센 캐릭터로 보시는 분들도 있어서 약간 조심스럽긴 하다.(웃음) 근데 몸으로 뛰는 건 자신 있고 욕심 난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해보고 싶다.

Q. 강아지 여덟 마리를 키우는 ‘강아지 엄마’로도 유명하다.

조윤희: 버려졌던 불쌍한 강아지들인데 우리집에서 행복하게 지낸다. 내가 누군가를 보호해주고 도와주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보람이다. 주위에서 강아지에만 빠져서 연애도 안 한다고 걱정하시는데 그렇진 않다. 다만 내 삶의 일부분은 동물에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강아지때문에 결혼을 안 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결코 아니니까. 동물을 키우면서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을 많이 느낀다. 제일 슬플 때가 애완동물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들이다.

Q. 올해로 벌써 데뷔 14년차다. 특별히 도전하고 싶은 장르도 있을 것 같다.

조윤희: 최근 들어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뿌듯할 때가 많다. 최근작에서 사연 있는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제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 앞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tvN ‘나인’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성장했으니 밝고 재밌게 해 보고 싶다. 30대의 귀여움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Q. 아 차기작(영화 ‘조선마술사’)은 유승호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조윤희: 극중에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유승호를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다. 청춘 멜로 로맨스인데 내 이야기 부분은 약간 어둡긴 하다. 시각장애를 지닌 기생인데 정말 매력적이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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