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중국에서 뜨는 신(新)소비 흐름을 타라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이 추구하는 성장방식 전환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투자와 수출이라는 쌍끌이 엔진에서 소비가 주도하는 엔진으로 교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변동성이 심하고,수출은 해외 발생 위기라는 통제범위 밖의 변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하고 대외 변수의 변화에 덜 취약한 소비를 키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투자 수출 소비가 고루 균형 발전을 하면 좋겠지만 그동안은 투자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이를 줄이고 그래서 생기는 성장동력의 공백을 소비진작으로 벌충하겠다는 겁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상세하게 소개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특징 중에도 소비육성이 포함돼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신창타이에서는 소비 수요가 확대돼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경제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가 투자의 기여도를 넘어서는 경제 경제구조 고도화가 진행된다고 소개했지요.

중국 지도부는 이 같은 성장방식 전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지난 2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4년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통계 공보와 중국 상무부가 24일 내놓은 춘제(春節,설)기간(2월18-24일) 소비 통계 등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소비의 단순 성장 보다는 신소비의 부상에 관심을 둬야 할 듯 합니다. 중국 시장의 흐름과 정부 정책의 방향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중국의 소비파워가 부각될 때마다 뜨게될 테마주 역시 신소비와 연계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에 비해 2.6%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1-9월 48.5%로 이미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추월했습니다.지난해 중국의 소매매출액은 26조2394억위안으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2.0%로 경제성장률(7.4%)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번 춘제의 소비 성적표는 어떨까요. 표면상 소비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춘제 기간 소매매출 규모는 6780억위안으로 전년 춘제기간 대비 11% 증가했습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춘제 때의 폭발적인 소비 증가세가 줄어든 것은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이 해외로 옮아간 때문입니다. 이번 춘제 기간 해외로 떠난 여행객이 2년 연속 국내 여행객 수를 추월했습니다. 이 기간 일본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이 25만명으로 작년의 2배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도 국내 여행객의 증가율(10.7%)에 비해 해외로 떠난 여행객 수 증가율이 18.7%로 훨씬 높습니다. 중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에서는 화장품,일본에서는 전기밥솥과 비데를 싹쓸이 쇼핑한데 이어 무공해 쌀까지 사재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중국인 해외여행객은 춘제기간 일본에서만 60억위안어치의 쇼핑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신소비의 방향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합니다.정보기술(IT)기반 소비,문화소비,농촌 소비,농민공 소비, 대중소비는 중국이 소비육성을 내세우면서 키우는 신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IT기반 소비의 대표격이 온라인쇼핑입니다.지난해 중국에서 온라인쇼핑을 통한 소매매출은 2조7898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49.7% 급증했습니다.소매매출 증가율 대비 37.7%포인트 더 높은 수준입니다.중국 소매매출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8%에서 지난해 10.6%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습니다.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위축세는 뚜렷합니다.이번 설연휴 직전 문을 닫은 ‘e세계’라는 쇼핑몰은 중관춘을 대표하는 3대 쇼핑몰중 하나였지만 결국 오피스텔로 개조되는 운명을 맞게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온라인 직구 비즈니스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중국은 2013년 상하이 베이징 충칭 저장성 선전 등 5개 지역을 선정해 온라인상에서 해외 직구를 할 때 외환결제가 이뤄질 수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해외로 떠난 중국인 여행객들의 쇼핑 상당수가 대행구매인 현실을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오프라인의 대행구매에서 세원(稅源)이 노출 안되는 문제를 고려한 겁니다.중국 정부는 지난 1월말 이 같은 온라인 해외직구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단일 거래 기준 외환결제 허용규모도 1만달러에서 5만달러로 크게 확대했습니다.

도시에 비해 소비규모가 크게 뒤진 농촌의 소비잠재력을 키우고 도시내 농민공을 새로운 소비주체로 육성하는 것도 중국 당국의 구상입니다. 중국에서 지난해 도시의 소매매출은 22조6368억위안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지만 성장세는 농촌(12.9%)이 도시(11.8%)를 크게 웃돕니다.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최근 농민이 집체토지 사용권을 양도하는 것을 허용하는 정책을 33개 지역부터 시범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도시에서는 토지사용권 양도가 허용되고 있지만 농촌에서도 이를 허용하는 토지개혁의 일환입니다.농촌 토지개혁은 농민들의 주머니를 불려 소비능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은 또 호구제도 개혁을 통해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을 새로운 소비군단으로 키운다는 복안입니다. 농촌 출신이 쉽게 도시 호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도시민이 누리던 자녀 교육 및 의료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사회보장망 확충은 소비여력을 키우게 됩니다.

문화 소비 역시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신소비의 하나입니다.영화가 대표적입니다.춘제기간 소비증가율은 11%였지만 영화 매출은 17.3억위안으로 36%를 기록했습니다.특히 19일 춘제 당일 하룻동안 영화를 본 관객수가 1000만명에 육박했습니다.이 날 영화 매출 규모는3억6000만위안으로 중국 역사상 단일 영화수입 기록을 경신했습니다.중국 영화시장은 이미 일본을 제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올라섰습니다.

사치성 소비를 대중화하는 노력도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소비구조 개혁의 하나입니다.시진핑 정부가 벌이는 부패척결 운동이 처음으로 지난해 명품 소비를 감소시켰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사치성 소비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5성급호텔이 처음으로 도산했다는 최근 뉴스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황금 소비와 맥주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는 사치성 소비 위축이 전체 소비에 단기 영향을 줄 수있지만 이를 대중소비 육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구상입니다.이미 중국의 고급식당이 자체적으로 가격인하를 하고,베이징 오리로 유명한 취앤쥐더(全聚德) 같은 유명 식당에서 일반인을 겨냥한 부페메뉴를 개발 하는 등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5성급 호텔이 자발적으로 등급을 내리려는 추세도 같은 맥락입니다.부패의 사슬구조가 만든 거품 소비보다는 소득분배 개혁을 통한 건전한 소비구조로의 개혁입니다.그게 지속 성장 가능한 소비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2013년까지 3년 연속 증가세가 둔화되던 중국 요식업 매출이 지난해 다시 확장세로 돌아섰습니다.중국 요식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요식업 매출은 2조7860억위안으로 9.7% 증가했습니다.전년보다 증가율이 0.7%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중국이 세계 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한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그 흐름을 타고 기회를 잡으려면 중국의 소비구조 개혁까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오는 3월5일 개막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리커창 (李克强)총리가 발표할 정부업무보고에 실릴 중국 신소비의 내용을 잘 들여다봐야 할 듯 합니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