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인터뷰)S&P 이코노미스트 "외환위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낸 한국"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국제부 기자) “극적인 시기를 경험했던 터라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 한국의 엄청난 생존력과 경쟁력에 더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최근 만난 폴 그룬왈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한 말입니다. S&P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16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S&P에 오기 전에는 5년간 호주뉴질랜드은행(ANZ)에서 경제 분석 업무를 맡기도 했고요. 콜롬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경력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경제에 관해 알아주는 전문가라고 해도 좋습니다.

한국과는 더 인연이 깊습니다. 1998년 1월과 3월 두 차례 IMF 미션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한국의 부채 모니터링과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거든요. 많은 시간이 흘러서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경제 분석적 관점이 아닌 일반 외국인의 시각)도 당연히 많이 달려졌을 거 같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슬쩍 물었습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가 1997년 12월이었습니다.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였죠. 태어나서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는데, 하필 그런 상황에 오게 됐습니다. 일단 처음 한국을 왔을 때 한국인 모두는 ‘쇼크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워싱턴에서 처음 이 소식을 접한 저도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 그는 금세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너무 놀랍고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습니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때였지요. 하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굉장히 빨리 위기 상황을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가 됐죠. 십 수 년이 지났고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한국 자동차와 일본 자동차가 동급으로 여겨지고 있고요. 한국 전자제품은 일본을 능가했죠.”

그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더라고요.

“한국은 이미 성공한 국가입니다. 선진 국가지요. 지금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정도로 위치가 오르면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워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성숙한 경제가 맞닥뜨리게 되는 과제가 있습니다. 고령화 등이 대표적이죠. 한국은 늙은 국가입니다. 이번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쯤에는 아마 일본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늙은 국가가 될 겁니다.”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도 내놨습니다. “고령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입니다. 이제는 생산성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노동, 상품, 금융 등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생산성 증가입니다. 기준금리를 오르고 내리는 등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한국의 어려웠던 시기를 목격한 전문가이기 때문인지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졌던 게 사실입니다./kej@hankyung.com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