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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50% 오른 미국 '팁(tip) 근로자'의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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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앞으로 뉴욕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내는 팁 부담이 줄어들까요?

뉴욕 주 정부는 내년부터 식당이나 호텔, 바에서 일하면서 팁을 받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5달러에서 7.5달러로 단번에 50%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2011년부터 동결됐던 ‘팁(tip) 근로자’의 임금을 4년만에 전격 인상한 것입니다. 뉴욕시는 시간당 8.5달러로 뉴욕주 평균보다 1달러를 더 주도록 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팁을 사실상 고정수입으로 간주해 사용자가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대개 고객들은 음식값의 15~20%를 팁으로 내는데 이를 종업원들이 나눠 갖는 점을 감안해 시급을 낮춰 정한 것입니다. 연방정부의 정한 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은 놀랍게도 시간당 2.13달러에 불과합니다. 일반 근로자의 최저임금인 7.25달러의 30%수준입니다. 한국의 최저임금(5580원)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미국의 50개주의 약 3분의 1인 17개주에서는 실제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팁을 통해 종업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보조하도록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식당종업들은 근로자중에서도 최하층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뉴욕주 팁 근로자는 40만명에 달합니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팁 근로자들도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된 것입니다. 다른 주는 어떨까요. 캘리포니아가 시간당 9달러, 오레곤 9.25달러, 워싱턴 9.47달러, 네바다 8.25달러 등 대체로 서부 지역 팁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높습니다. 특히 워싱턴과 오레곤 등 7개주는 팁을 감안한 별도의 최저임금제를 폐지하고 일반 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욕 주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립니다. 고용주로 구성된 뉴욕레스토랑 협회는 음식점의 경우 마진률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종업원 숫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영세한 소규모 식당의 주인들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울상입니다. 반면 근로자들은 여전히 뉴욕 주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8.75달러보다는 낮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어떨까요? 호주처럼 아예 팁을 법으로 금지하고, 일반 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이제부터라도 음식값의 20%에 해당하는 팁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는 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했습니다. 앞으로는 뉴욕 레스토랑에서는 팁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여도 될까요? /sglee@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