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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뒷이야기)그렇다면 박수를 치면서 들어도 되는 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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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문화부 기자) 앞서 말씀드린대로 클래식 공연장에선 ‘박수의 룰’이 비교적 엄격한 편입니다. 공연장을 찾았다가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발길을 끊는 분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곡을 들으면서 박수를 칠 수 있는 곡도 있습니다. 바로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흥겹게 ‘빠라밤~ 빠라밤~ 빠라밤빰빰~’하며 연주를 시작하면 청중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칩니다. 경쾌한 2박 리듬이어서 박수를 치기도 좋습니다.

박수의 전통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됐습니다. 슈트라우스 1세는 1848년 북부 이탈리아의 독립 운동을 진압한 라데츠키 장군을 찬양하며 이 작품을 썼습니다. 군대에서 이 곡이 연주될 때마다 군인들이 박자에 맞춰 발을 굴렀다고 하네요.

라데츠키 행진곡의 박수가 정착된 것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덕분입니다. 빈필하모닉은 매년 1월1일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신년 음악회를 여는데 라데츠키 행진곡은 이 공연의 단골 앙코르 곡입니다. 이 곡을 연주할 때만큼은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가 아닌 객석을 바라보며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합니다. 곡의 흐름에 따라 박수의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구죠.

올해 1월1일에 열린 신년음악회에서도 이 곡이 나왔습니다. 상임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는 빈필하모닉 특성상 매년 유명 지휘자를 초청해 신년음악회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이스라엘 출신의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메타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앙코르로 선보였습니다. 능수능란하게 청중들을 지휘하는 장면도 빠지지 않았고요.

이같은 신년음악회는 빈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열립니다. 한국에서도 1월이면 빈을 기반으로 활약하는 여러 오케스트라들의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앙코르에서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는 건 한국에서도 똑같습니다. 한번쯤 이런 신년음악회를 찾아 지휘봉에 맞춰 신나게 박수를 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아닐까요.
/leeswoo@hankyung.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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