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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한 번꼴...중앙은행 총재들의 기준금리 인하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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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특파원)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1%,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로써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내린 중앙은행은 모두 2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올들어 토, 일요일을 제외한 38일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각 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진 것입니다. 이유는 같습니다.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지기 전에 돈을 풀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국의 통화가치가 경쟁국보다 높아져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올해는 시장의 예측을 깨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상 각 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변경을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블룸버그 등 경제전문 통신사들이 10~15명 안팎의 전문가 폴(poll·설문조사)을 실시합니다. 기관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금리변화 가능성을 묻는데 번번히 예측을 빗나갔습니다. 이번 이스라엘 기준금리 인하에도 로이터는 12명중 10명의 의견을 반영해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물론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금리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 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보이지 않는 수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스위스 중앙은행의 환율 하한선 폐지와 함께 마이너스 기준금리 확대 결정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허를 찔린 시장은 초긴장 상태에서 다음 번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각 국 중앙은행의 동향을 예의주시했지만 번번히 타이밍을 놓치거나 예측에 실패했습니다.

지난달 15일 인도의 라구암 라잔 중앙은행 총재는 예정에 없던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렸고, 다음 날 페루 중앙은행도 똑같은 작전을 썼습니다. 며칠 뒤인 21일 캐나다 중앙은행도 블룸버그통신의 설문조사결과 전원동결이라는 예측이 무색하게 주요7개국(G7)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렸습니다. 이어 30일에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불과 한달 전에 6.5%포인트 올려 연 17%였던 기준금리를 2%포인트나 떨어뜨리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압권은 덴마크입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1월19일과 22일, 29일에 이어 2월 5일까지 3주만에 무려 4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지난 17일 3년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했습니다. 이때도 로이터 전문가 조사에서 전원 동결을 전망한 2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그나마 시장예측이 맞았던 건 2월 3일 호주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도였습니다.

도이치은행 보고서를 보면 올들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 등을 실시한 각 국의 인구를 더하면 전 세계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지도 참조). 미국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각 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머리는 갈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언제 올리느냐에 따라 자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Fed가 6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그 직전에 금리를 내린 중앙은행총재로서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여건상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곳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중앙은행 총재들의 수싸움과 눈치보기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sglee@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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