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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맞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전략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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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지난 23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다음달로 첫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은 2018년 3월까지 계속 하나금융을 이끌게 됩니다. 김 회장은 연임 확정 직후 “글로벌 사업에서 지난해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겁니다.

해외사업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하나금융 최대의 현안은 매듭짓지 못하고 중단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임 직후부터 통합을 강조하고 나서진 않았지만 ‘2기’를 맞이하는 김 회장이 어떤 통합전략을 들고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입니다. 노조는 대화에 응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은 “노조는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합의를 지키는 것 외에는 원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노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럼 노조가 원하는 건 뭘까요. 이 같은 기자들의 질문에 노조는 ‘진정성’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통합을 전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정작 하나금융 측에서 노조를 진정한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해진 결과에 따라 와야 할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불만입니다. 먼저 5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약속을 깼으면 진정한 사과와 설득으로 대화에 임해야 하는데, 전산통합 등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통합 예비인가를 신청하는 등 노조를 대충 구워삶아 끌고가려고 한다는 얘깁니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 전산통합도 그렇고 하나금융이 시한을 정해놓고 급하게 ‘무조건 통합’을 외친 면이 분명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임기 마지막에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2·17 합의서를 들고 있는 노조 입장에서는 “이런 대화에 응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습니다. 두 번째 임기를 맞는 김 회장이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정성’을 원한다는 노조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도 사실 확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속으로는 ‘무조건 독립경영’을 외치고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건 김 회장과 하나금융의 몫입니다. 김 회장이 스스로 얘기했듯 노조와의 대화 외에는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어차피 두 은행 통합 협상은 ‘장기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의 연임도 확정됐고, 김병호 하나은행장도 선임돼 진용이 갖춰졌습니다. 법원의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 결정으로 6월말까지는 어쨌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점점 꼬여만 가는 상황을 하나금융이 ‘진정성’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