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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인국 "악역 도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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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연예인으로서 서인국의 인생은 재미있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 시즌1의 우승자 출신으로 시작한 연예계 생활이 7년차에 접어드는 순간, 서인국은 수목 미니시리즈, 그것도 사극 한 편을 이끌어가는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하게 된 KBS2 ‘사랑비’에서 인상을 깊게 남겼고, tvN ‘응답하라 1997’에서 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응답하라 1997’ 이후 MBC ‘아들녀석들’, SBS ‘주군의 태양’, 영화 ‘노브레싱’, tvN ‘고교처세왕’까지 서인국은 쉴 틈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그 사이 ‘웃다 울다’, ‘이별 남녀’, ‘봄 타나봐’ 등 가수로서 자신의 목소리도 틈틈이 들려줬다. 그리고 KBS2 ‘왕의 얼굴’로 첫 사극 연기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서인국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배우 겸 가수가 되고 있다.

이제 서인국에겐 이제 오디션 스타라는 꼬리표도,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도 없다. 그 힘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서인국은 조각 같은 외모는 아니다. 언뜻 보면 날렵하면서도 차가운 외모인데 깊게 보면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반듯한 인상을 준다. 다양한 감정이 교차할 수 있는 외모다. 연기를 담기 좋은 그릇이다. 서인국은 자신에게 있는 좋은 그릇을 노력과 겸손, 무엇보다 주변을 밝히는 끼쟁이 같은 밝은 에너지로 채우고 있다. “밝은 척할 필요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인간적 목표에서 서인국의 힘을 느꼈다.

Q. 2012년 KBS2 ‘사랑비’로 연기를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난해에서야 ‘왕의 얼굴’로 ‘2014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게 됐다. 기분이 어땠나?

서인국: 묘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지 않나. 신인상 후보에 든 것도 신기했는데 상을 받게 돼서 정말 신기했다. 그때 좀 잘 해야 했는데 MC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받게 돼서.. 그나마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수상소감이다. 한 분 한 분 이야기하기에는 MC를 보고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자꾸 걸리더라. 한 분 한 분 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사람 이야기 못 할 거 같아서 잘 이야기한 것 같다.

Q. 첫 사극 도전작인 ‘왕의 얼굴’이 끝났는데 만족도는 어떤가?

서인국: 나에게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 일단 첫 사극이고, 잘했다기보다는 힘들었지만, 투정 한 번 안 부리고 재미있게 잘 마무리한 것 같다.

Q. 광해는 실존인물이다. 서인국이 표현하려는 광해는 어떤 광해였나?

서인국: 광해를 하면서 제일 중심적으로 표현한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성장기이다. 광해의 성장에 따라 그 연령대에 맞는 모습과 행동, 가만히 있을 때 숨 쉬는 것까지 표현하고 싶었다. 광해는 실존 인물이고, 지금에야 재조명되는 인물이다. 여러 가지로 평가되는 광해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광해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지 않나. 폭군 이야기도 있고, 실리주의 이야기도 있다. 내가 주인공이니 당연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칼을 빼든 모습을 남들이 봤을 때 정말 나쁜 사람일 수도 살벌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Q.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니, 감정 표현이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서인국: 그 선이 어려웠다. 어디까지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내 표현이 잘 전달될까 우려도 많았는데 의도하고자 했던 것을 잘 이해해줬다.

Q. 사극을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서인국: 눈빛으로 표현하는데 말로는 숨겨야 하는 그런 사극의 묘미가 힘들었다. 감정이 폭발하려고 하지만, 꾹 참고 이야기하는 것. 또 극단적으로 폭발하는 모습들이 현대극과는 달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말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그 말에 뼈가 있는 대사들이 많다. 어떻게 비릿한 느낌을 줄 것인지에 대한 그 경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Q. 이성재와는 드라마와 예능에서 여러 번 만났다. 호흡이 잘 맞았겠다.

서인국: 성재 형이 연기를 직접 가르쳐주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조언을 많이 해준다. 예를 들면 내가 왕이라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 대신들한테 화를 내는 것과 혼자 느낌으로 화를 내는 그 선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여러 가지 느낌에 대해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다. 없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는다. 나의 연기를 존중해 주신다.

Q. ‘왕의 얼굴’ 기자간담회에서 인상 깊었던 말 중 “이성재 형이 카메라 밖에서도 똑같이 연기를 해주시는데 계속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힘들 텐데도 똑같이 해줘서 나도 계속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였다.

서인국: 진짜 성재 형님한테 많이 배웠다. 성재 형이 돌아가시는 장면이 있다. 내 단독을 촬영하는 부분인데 정말 눈을 뜨고 돌아가신 듯 연기하셨다. 카메라도 안 돌아가는데 내 감정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눈 뜬 상태를 유지하며 죽은 척을 하셨다. 3회 때도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형님이 카메라 바로 뒤에 있어서 형님과 눈을 맞출 수도 없다. 그런데도 형님은 뒤에서 그 감정을 연결해주셨다. 그래서 펑펑 울 수 있었다. 세 시간 동안 펑펑 울었는데 그게 다 선배님 덕분이다. 이렇게 해야 상대방이 연기를 할 수 있게 하고, 호흡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배웠다.

Q. 여자 주인공 조윤희도 첫 사극이었다. 함께 도전하는 입장에서 서로 격려도 많이 했겠다.

서인국: 사극 톤에 대해 정말 고민을 함께 많이 했다. 사극은 ‘했느냐↗’와 ‘했느냐↘’의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초반에는 근엄하기 전이라 위엄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그래도 왕자니까 어떻게 할까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다.

Q. ‘왕의 얼굴’은 임진왜란 전후로 광해가 달라진다. 성장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은 무엇인가?

서인국: 임진왜란 전과 후에 많은 생각을 했다. 임진왜란 전에 어린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똘망똘망한 느낌이 들게 했다. 임진왜란 후에는 냉철하고 단호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뭔가 힘든 일이 다 겪고 나서 사람 눈빛이 달라진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Q. 사실 ‘고교처세왕’의 차기작으로 ‘왕의 얼굴’로 선택한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서인국: ‘고교처세왕’이 끝나기도 전에 ‘왕의 얼굴’ 시놉시스를 받았다. 눈요기하려고 그냥 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빨리 다음 장을 보고 싶었다. 촬영 갔다가 얼른 다시 돌아와서 펼쳐봤다.

Q. 사극이라는 부담감은 없었나?

서인국: 부담감은 있었다. 사극을 하는 내 모습에 대한 검증이 안 됐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색안경을 끼지 않을까 고민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나를 봐준 분들도 많고,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도 힘을 많이 얻었다.

Q. 꽤 여러 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다양한 캐릭터도 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

서인국: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래서 매력이 있는 직업이다. 그 중에서 나쁜 놈을 해보고 싶다. 사극 같은 경우에는 평소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 즐거웠다. 선배님들이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건 천운이라고 하더라. 다시 1년이 지나면 이제 교복도 못 입겠지. 하나의 재미로 입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내 나이에 맞는 것을 누리고 싶다는 특권도 욕심나지만, 하고 싶은 악역도 있다. 정말 싸이코패스 느낌이거나 너무 평범한 사람인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런 사람.

Q.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웠던 캐릭터와 여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던 캐릭터는 무엇인가?

서인국: 접근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는 광해.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건 ‘고교처세왕’이다. 사실 아직 광해에서도 다 빠져나오지 않았다. ‘고교처세왕’의 경우, 그때 정말 내 성격을 많이 넣었다. 100%는 아닌데 민석이와 형석이 1인 2역을 하면서 롱테이크 샷이 정말 많았다. 쭉 연극처럼 한 호흡이 굉장히 길다 보니까 더 여운이 깊었던 것 같다.

Q. ‘고교처세왕’에서는 민석과 형석, 1인 2역을 해야 했는데 특수 촬영까지 했다.

서인국: 혼자서 쑈를 한 것이었다. 하하. 스스로는 그게 맞나 싶었다. 앞에서 호흡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나 혼자 호흡을 다하고 그 호흡을 기억하고 대사하는 것도 어색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Q. ‘고교처세왕’에서는 PT씬이나 깁스키스씬 등이 서인국의 애드리브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순발력이 원래 그렇게 좋은가?

서인국: 하하. PT씬의 경우 지문만 적혀 있어서 그냥 음악을 깔고 간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안했었다. 그런데 PT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개그 프로그램에서 남자들이 여자 쇼핑 따라가면 지옥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 것에 대해 순발력이 좋아 보였나 보다. 깁스 키스 같은 경우는 깁스가 있는데 키스하는 게 이상해서 깁스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풀고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목 뒤로 넘기는 건 과한가? 여러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해보자고 해서 키스신이 탄생됐다. 이번 ‘왕의 얼굴’에는 애드리브를 할 수가 없었다. 애드리브를 하고 싶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감초를 담당하는 분들은 따로 계시고, 멜로도 정적인 느낌으로 흘렀다.

Q. 서인국을 두고 ‘끼돌이’, ‘끼쟁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서인국: 드라마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 행동들이 끼 많은 애라고 생각해 그런 별명이 붙여진 것 같다. 좋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은 항상 즐거웠다.

Q. 연기자로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한다면.

서인국: 아직 멀었다. 깊이에 대해서 다가가지 못했다. 내가 표현한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되지만,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스스로에 숙제를 많이 내는 편이다. 완벽주의자는 아닌 거 같은데 자기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한다.

Q. 가수 서인국의 모습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서인국: 얼마 전에 작은 미니 콘서트를 했다. 대외적인 활동은 아직 없지만, 이제는 내가 내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가수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다. 혼자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훨씬 빠를 수도 있다. 팬들이 기다려줄 수 있다는데 너무 늦지 말라고는 하셨다. 하하.

Q. 많은 사람이 서인국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tvN ‘응답하라 1997’을 꼽을 것 같다. 서인국이 생각하는 터닝포인트는 무엇인가?

서인국: 난 처음으로 연기했던 ‘사랑비’. ‘응답하라 1997’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인 것 맞지만, ‘사랑비’가 가장 큰 터닝포인트다. 그전까지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 나 따위가 감히.. 연기를 시작하게 해준 것 자체가 큰 터닝포인트다.

Q. 인간 서인국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서인국: 정말 잘 먹고 잘살고. 하하. 주변 사람들과 정말 트러블 없이 행복하게 살면 죽을 때까지 재미있을 것 같다. 이웃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오늘 파티 있으면 이웃에게 “오셔서 밥이라도 드실래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 인생 자체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런 즐거움이 내 얼굴이 잘 비쳤으면 좋겠다. 밝은 척할 필요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

사진제공.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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