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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유메이저 셸이 꼽는 에너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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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영태 기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3사는 지난해 기록적인 적자를 냈습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흑자를 내며 승승장구했던 알짜기업들이었으나 지난해엔 반토막으로 내려앉은 유가 급락 앞에선 쓴 맛을 단단히 보고 말았습니다. 더 암울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과거처럼 떼돈을 벌던 시절은 지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중국 중동 인도 등의 대규모 정제시설 증설 영향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게 한가지 이유입니다. 최근 일본산 경유가 국내로 수입돼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둘째는 글로벌 공급과잉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입니다.

정유사의 수익에는 원유 가격보다는 정제마진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되는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원유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이 1주일 늦게 반영됩니다. 유가와 주유소 판매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이런 환경 변화 탓에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과거에는 중동에서 전쟁이 터져 일시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정치·사회적 이슈가 원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셰일오일 등장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메카니즘이 원유 시장에도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유산업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죠.

저유가는 정유사들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에도 적잖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기름값이 싸지는 바람에 아직 생산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뒤쳐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세계 3대 석유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이 최근 내놓은 ‘2050년 에너지산업 전망’ 보고서는 여러가지를 따져보게 만듭니다. 기름값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40년 뒤의 에너지 시장을 전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1970년대부터 로열더치셸이 장기 전망을 근거로 세계적 석유메이저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셸의 장기전망은 두가지 가정에 따라 다른 결론을 제시합니다.

첫번째가 오션스 시나리오입니다. 소비자 즉 피플파워가 미래를 바꿔가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입니다. 정부의 주도권을 배제한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래 에너지 산업의 승자는 태양에너지입니다. 중국 등지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 에너지 효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게 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서입니다. 셸시나리오팀은 2060년쯤 되면 태양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시장참여자 스스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 탄소 배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도 에너지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신재생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태양열이 주도적으로 늘어나고, 풍력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두번째가 마운틴스 시나리오입니다. 정부정책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탑다운 방식의 시장 전망입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천연가스가 주도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탄소포집 정책 등도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승자가 천연가스입니다. 석탄과 오일을 누르고 1위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봅니다. 오션스 시나리오와 크게 다른 점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망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일종의 대체 에너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과 가스가 주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2100년이 되면 탄소배출량이 제로에 가깝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눈에 띕니다. 석탄 오일 등 탄소배출 에너지원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2025년까지는 도시화가 계속 진행되고 에너지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pyt@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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