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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선수의 주먹은 흉기일까? 무술 유단자의 폭행사건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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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조항 어디에도 유단자 처벌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재판받을 때 불이익 받을 수는 있어
프로 선수거나 태권도·합기도는 4단이상이어야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기자는 대학생이던 2012년부터 지금껏 쭉 권투를 배워오고 있습니다. 입사한 이후로는 학생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도 집 앞 복싱장에 등록해 일주일에 한두번은 운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권투를 배워오다보니 주변 지인들에게 격투 종목에 대한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복싱이나 다른 무술을 배운 사람이 싸움을 하면 진짜로 흉기소지죄로 가중 처벌을 받느냐”는 것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기자 역시 궁금해져서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해봤지만 딱 부러지는 대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가중 처벌을 받는다’는 의견과 ‘유단자라는 이유로 더 처벌받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반반이었습니다.

체육관 관장님과 프로 복싱선수로 활동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이번에는 두 명 모두 “격투기 선수나 유단자가 사람을 때리면 더 큰 처벌을 받는 조항이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현직 복싱 챔피언이기도 한 친구는 “가중처벌 조항 때문에 권투부에 들어간 고등학생 때부터는 싸움이 벌어지면 멀리 도망갔다”며 “무술을 배운 사람이 누군가를 때리면 크게 다치니 이런 법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찬찬히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해온 경찰서 베테랑 강력팀장과 형사과장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경찰들은 ‘복싱 선수와 격투기 선수들이 싸우면 흉기소지죄가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말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잘라말했습니다. 개인 간의 물리적 싸움이 발생했을 경우에 적용되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유단자와 격투기 선수에 대한 특별 조항은 없다는 것입니다.

핵주먹 마이클 타이슨과 격투기 황제 표도르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서로 치고받는 혈전을 벌이더라도 일반인들끼리 싸운 것과 동일한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한 강력팀장은 “법에서 말하는 흉기란 칼이나 도끼처럼 누가봐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이라 야구방망이를 휘둘러도 흉기를 쓴 건 아니라”며 “아무리 주먹과 신체를 무쇠처럼 단련해도 흉기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안경을 쓴 사람을 때리면 살인죄가 적용된다는 것도 잘못알려진 내용”이라는 보충 설명과 함께요.

그렇다면 실제 무술인들조차 ‘잘못된 상식’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형사과장은 그에 대해 “법 조항에는 분명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실제 판사가 재판할 때는 무술 고수(高手)가 싸웠다고 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법 조항에는 없지만 평소 몸을 꾸준히 단련해온 무술인이 일반인을 때렸다고 하면 심정상 죄가 더 무겁게 여겨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앞서 말했던 강력팀장은 “일반인이라면 과실치사(실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함)가 적용됐을 사안도 무술 유단자에게는 폭행치사(사람을 폭행하여 죽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무술을 연마하며 사람의 신체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이 때리면 얼마만큼의 타격을 입을 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고수여야만 판사가 더 무거운 처벌을 고민하게 되는 걸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무술 유단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 자체가 없으니 무술 고수에 대한 규정도 없을 테지요. 다만 베테랑 형사들은 전문적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동호인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일은 없다고 얘기하네요. 복싱의 경우 전문적으로 경기를 뛰는 프로선수, 태권도 유단자도 최소 3,4단 이상은 돼야 재판부도 고수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연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형사들은 “싸움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겉으로 상처가 남는 상해의 경우 당사자끼리 합의를 하더라도 재판의 정상참작에만 반영될 뿐 형사 절차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욱’하는 성격 때문에 전과를 만들기 싫다면 무조건 싸움에는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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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20.09.1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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