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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털어놓는 '안철수는 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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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2년전 한국정치 지형을 뒤흔들 기세였던 ‘안풍(安風)’은 잦아들었다. 지난해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합당한 안철수는 두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남들이 정치에 뛰어들어 10여년간 할 경험을 짧은 시간에 압축경험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안철수는 지방선거후 7.30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지율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민주당이 기사회생해 6.4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의 힘'이었다.하지만 7.30보궐선거에서 패하자 ‘안철수 효과’는 철저하게 평가절하됐다. ‘영광은 없고 상처’뿐인 4개월로 비춰질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에게 직접 물었다. 합당한 것을 후회한적이 없냐고.(합당후 안철수의 정치브랜드인 새정치는 희석되고, 그의 멘토이자 ‘새정치’조력자였던 윤여준 전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 등은 합당에 반대하며 곁을 떠났다)

“이런 경험 일찍해서 다행이다. 이런 경험 피해서 아웃복싱만 했으면...직접 경험을 해보니 밖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을 것 같다"고 선문답을 했다.

안철수의 대중적 지지율은 한때 50%를 웃돌았다. 진영간 호불호가 분명한 한국 정치권에서 지지율 50%를 훌쩍 넘겼던 정치인은 안철수가 유일했다.

차기 대선주자중 안철수의 현재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문재인(새정치연합 당 대표),박원순(서울시장),김무성(새누리당 대표)이 3강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안철수는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려 후보군에 명함만 내밀고 있는 처지다.


▶‘철수가 변했다'

당대표에서 자진사퇴한후 5개월여 자숙기간을 가진 안철수의 최근 정치적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전공인 경제분야 좌담회를 열고, 동료 의원들과 식사정치에도 적극적이다. 한때 소원해졌던 장하성 교수와 좌담회를 공동개최하더니 그의 저서 ‘한국 자본주의'란 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예전 안철수가 꺼렸던 전형적인 ‘쇼맨십 정치' ‘이벤트정치'이다.

언론과 접촉도 늘리면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데도 거침이 없다.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내 벤처회사들 10년 지나면 200개중에 190개가 망한다. 거기서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벤처생태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그가 정치판이라고 쉽게 도태하겠느냐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내친김에 “문재인 박원순 경쟁자들이 저 만큼 앞서가는데 대한 조바심이 안생기냐"면서 표정을 살폈다. 그의 즉각적인 반응에 좌중에서는 웃음이 ‘빵' 터졌다. 안철수는 양팔과 어깨를 뒤로 젖히면서 “이제 시작인데 뭘...”이라고 했다.

그의 제스처를 통해 기자는 정치입문후 처음으로 안철수에게 ‘권력의지'가 장착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철수는 우유부단하다‘

안철수는 정계입문후 세차례 양보를 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직을 박원순과 문재인에게 각각 양보한데 이어 2014년 3월에는 “야권통합은 없다”던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민주당과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합당효과를 놓고 지금까지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안철수 측근들은 합당으로 난파직전의 민주당은 기사회생한 반면 안철수와 새정치는 침몰했다는 평가는 내놓는다. (새정치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지방선거 무공천 방침은 현실정치 논리에 밀려나 철회됐고, 두번의 선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을 제외하곤 자기 사람을 심지도 못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전후후무할 것으로 평가되는 세번의 양보에 대해 ‘철수(撤收) 시리즈'로 폄하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안철수는 세차례 양보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 왈가왈부 한적이 없다.

그는 기자를 만나서도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고, 나름대로 통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기자가 세번의 양보중에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되돌린다면 재고할 만한 선택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모두 후회하지 않는다.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도 똑 같은 결단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에게는 ‘독선적'이란 평가도 따라 다닌다. 유유부단하다는 항간의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이 같은 평가의 배경은 뭘까.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몸에 밴 습벽이 주위 멘토그룹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서울시장, 대선후보,합당 등 그의 정치적 결단과정에서 주요 인사들이 전혀 알지 못했거나 배제됐다는 증언이 잇따르기도 했다. 윤여준 전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 등은 “민주당과의 합당과정에서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는 “기성정치인들과 달리 정치를 거꾸로 해왔다. 대선주자로 출발해 국회의원이 됐다. 처음에 열성지지자를 중심으로 300여명이 모여 정치를 했다. 300명 자원봉사자들로 꾸려가다 코어(핵심)그룹이 생겨나고, 이들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어에서 배제된 분들의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고, 이 분들이 자기말 안듣는다고 불만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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