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문재인의 딜레마...대권과 현실정치의 간극은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이호기 정치부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맞상대였던 박지원 후보에 신승을 거두고 당 대표에 취임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전당대회 내내 박 후보 측의 ‘친노(노무현) 패권주의’ 프레임 공격이 워낙 거세다 보니 문 대표가 승리하면 당이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요.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당내 강경파가 많은 친노계가 다시 당권을 잡을 경우 모처럼 조성된 여야 협력 무드가 깨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지요.

그러나 문 대표는 지난 열흘간 이 같은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스스로 공약한 ‘민생 중심 경제 정당’을 실천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먼저 취임 후 첫날 당 일부의 반발에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며 ‘이념 통합’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경남 김해까지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지요.

주요 당직 인사에서는 과거 참여정부 당시 ‘역차별’ 논란이 일었던 호남 지역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당 정책위원회 의장에 광주 3선인 강기정 의원을 임명했고요. 전략홍보본부장에는 전북 익산 출신인 이춘석 의원을 발탁했습니다. 당내 계파로 따져보더라도 강 의원은 대표적인 ‘정세균계’, 이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됩니다. 수석대변인에도 전남 출신으로 박지원 후보 측 인사였던 김영록 의원을 선임했습니다.

민생 행보와 당내 통합을 위한 ‘식사 정치’도 돋보입니다. 우선 △샐리러맨들과의 도시락 미팅(10일) △‘50대 기살리기’ 점심 간담회(13일) △서울노인복지센터 배식 봉사(17일) 등을 통해 일반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했고요. 당내 화합 차원에서도 △당 상임고문단 오찬(12일) △광주시당 원로 오찬(14일) △안철수 전 대표와의 만찬(16일) 등을 진행했지요.

백미는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충청권 의원들이나 당 지도부를 흔들려는 비노 측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표결 참여’란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본회의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의원 수(124명) 이상의 반대·무효 표(133표)를 이끌어냄으로써 당이 단단하게 결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설연휴 이후입니다. 새정치연합이 문 대표의 공약인 ‘민생중심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결국 입법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김영란법’,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비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만약 지금이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 체제였다면 총리 인준안 표결에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가 이번에도 지도부를 엄청나게 흔들어댔을 것”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비노 측이 현 지도부의 결정에 적극 협조하다 보니 당이 단합된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 당이 진정한 ‘경제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 대표가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해서만큼은 보다 유연하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표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선주자와 당 대표는 정치적 지향점이 다릅니다. 대선주자는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명분에 집착한다면 당 대표는 현실정치에서 실리를 챙겨야 합니다. 야당에서 대선주자가 당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가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문 대표가 야권 유력대선주자와 제1야당 수장으로서 ‘역할충돌'로 인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