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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vs 넥슨, 국민연금은 누구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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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열 증권부 기자)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넥슨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경쟁이 점입가경입니다. 특히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넥슨과 김택진 대표 사이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넥슨은 지난달 27일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바꾸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어 지난 3일 주주제안을 통해 △자사주 소각 △넥슨 추천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열람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것을 요청하며 엔씨소프트 쪽을 공격했습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11일 “자사주 소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응에 나섰죠.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다음달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9.95%에 불과해 넥슨(15.08%)의 지분율보다 5%포인트 이상 적습니다. 중요한 표대결에서 넥슨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지분 6.8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는다면 넥슨의 지분율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택진 대표와 넥슨 측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기 위기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의견을 표명할까요? 국민연금은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가해 중요한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나타내왔습니다. 특히 중요한 안건의 경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결정합니다. 엔씨소프트처럼 이라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결권 행사의 키를 쥔 의결권행사전문위원 중 한 분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문제처럼 양쪽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안건의 경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며 “의견 표명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전문위원은 아니지만 한 의결권 관련 전문가도 “한쪽의 손을 들어줬다가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가치가 폭락할 경우 국민연금이 책임을 질 수 없는 노릇”이라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아니라면 일방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지분 7% 가까이 보유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경영진이 눈에 크게 띄는 잘못을 한 게 아니라면 경영진을 교체하는 수를 두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대량으로 주식을 매각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 칼을 쉽게 휘두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국민연금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김택진 대표와 넥슨은 아무래도 다른 아군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