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일본 로펌에서 글로벌 로펌까지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지식사회부 배석준 기자) 일본에서 법률시장 개방이 성공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른 편입니다. 로펌(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일본 법률시장 개방으로 많은 로펌이 문 닫았기에 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일본 로펌에 몸 담았다가 글로벌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변호사나 그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변호사는 일본 법률시장 개방은 ‘성공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계 로펌인 오릭헤링턴앤드서트클리프는 1997년 상이라는 소규모 국제법률사무소와 합작해 일본에 사무소를 냈습니다. 당시 오사카의 작은 일본 로펌에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일한 야쿠라 신슈케 변호사는 미국 로펌인 폴헤이스팅스를 거쳐 오릭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국, 영국, 중국 등 3개국에서 변호사로 유학간 경험이 지금의 글로벌 로펌에서 일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고 말합니다.

야쿠라 신슈케 파트너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으로 외국 변호사와 제휴해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일본 변호사의 기회 확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법률시장 개방은 성공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 로펌의 업무 범위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릭 차원에서도 “미국 유럽 등 사무실과 도쿄 등 아시아 사무실 간에 탄탄한 협력을 갖추게 됐다”며 “고객에게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일본에서는 글로벌 로펌에서 일할 기회를 가진 변호사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에서 한해 2500명의 변호사 숫자를 기준으로 할 때 판사, 검사, 로펌 변호사, 기업 법무팀 등 실질적으로 법률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수요는 약 400여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2005년 일본 등록 변호사가 2만1185명에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작년에는 3만5045명에 달하게 됐습니다. 일본 법률 시장 규모는 한국(약 2조7000억원)의 약 3배가 넘는 한해 약 9조1000억원입니다.

그는 전문성, 리더십, 인성 등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로펌에서 일하기에 무엇보다 “지식재산권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정확한 법률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사법 등 기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리더십도 강조했습니다. 기업 등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팀이 구성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팀을 조율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로펌 내부에서 함께 생활하기에 적합한 인성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어는 오히려 전제조건이 아니다”며 “우리는 단순한 통역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끝으로 한국 변호사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많은 글로벌 로펌이 한국에 직접 들어와 변호사를 채용하게 되면 큰 격변기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변호사의 강점인 한국 법과 판례에 대한 이해를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로펌은 이 분야에서는 한국 변호사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외국 로펌이 커버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요소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디스커버리 등에 관한 법률 공부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할 때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스스로 실천하고 계속해 나아가고 있는 바”라고 말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