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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수사대가 요양병원 덮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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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 보건복지부가 경찰청 마약수사대,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관리과와 손을 잡았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복지부가 관리하는 요양병원에서 프로포폴, 펜터민 등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잔뜩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랍니다.

복지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 995곳 중 46곳이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요양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가 1년동안 매일 먹을 수 있는 양보다 2배 넘게 사들인 곳이 많다는 건데요. 어떤 요양병원은 모든 환자가 1년동안 먹을 양의 85배를 구입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수면제나 식욕억제제였지요. 복지부가 경찰청과 식약처와 연계해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사용하는 요양병원들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건데요.

요양병원들은 왜 그리 많은 마약류 약품을 쓸까요. 수면제를 투약해 환자들을 재우면 병원 측은 적은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욕억제제를 주면 식대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가 대변 소변 보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대변 소변을 볼 때 인력이 필요하니까 그 비용을 줄이자는 거지요.

어떤 병원은 환자 기저귀 값도 아까운 모양이예요. 약을 먹여 식욕을 낮추면 기저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노하우’가 공공연하다고 합니다. 기가 막히지만 일부에선 기저귀를 여러차례 재활용까지 한다네요.

이런 병원들은 대체로 사무장 병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세우고 비용을 쥐어짜 돈벌이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병원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건보 재정을 축냅니다. 줄줄 새는 재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켜지고 있지 못한 병원 운영 실태겠지요.

80대 이상 고령 의사가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이런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실제 진료가 불가능한 의사가 명의만 빌려주고 있는거지요.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런 경우를 참 많이 봤다고 합니다. “실제로 단속을 가보면 기가 막힙니다. 어디서 단속 소식을 듣고 급하게 불려왔는지 90대 의사가 보청기를 끼고 진료한다고 나와있어요. ‘선생님!!!! 들리세요?’하고 소리쳐도 의사가 귀가 어두워 말을 못 알아들어요.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인데 명의만 주고 단속한다고 해서 억지로 불려 나와있는 거죠.”

분명한 것은 요양병원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병원 인허가 기준부터 다시 손 보지 않으면 해결은 요원해보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