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의에서 그리스를 대표한 협상 대표는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었습니다. 전 국립아테네대 교수인 바루파키스 장관은 대표적인 좌파 경제학자입니다. 눈에 띄는 건 지난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비롯한 그리스 내각의 복장입니다.
좌파 정치인들의 드레스 코드인 노타이와 청바지를 공식 석상에 입고 나감으로써 자유분방함과 동시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비타협적 태도를 드러냈다는 게 외신의 분석입니다. 바루파키스 장관도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검은색 청바지와 같은 색 재킷을 입었습니다. 셔츠는 바지 밖으로 빼고 나타나는 과감함까지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 의외의 복장을 선보인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다름아닌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입니다. 최초의 여성 IMF 총재인 그녀는 이날 검정색 가죽재킷과 검정색 스커트를 입고 회의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루파키스장관에게 이번 협상이 험난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는 복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라가르드 총재는 부드러운 표정과는 달리 회의 시작전 인사말에서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리스 정부의 부채탕감 요구에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상대에게 전달함으로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0년에도 유럽 각 국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검정색 가죽 옷을 입고 나타난 ‘전력’이 있습니다. 포브스지는 특히 여성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며, 라가르드 총재의 검정색 가죽재킷은 단호함과 자신감을 표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참고로 같은 날 우크라이나 민스크에서 열린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와의 4자 정상회담에서 휴전합의를 이끌어 낸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의 복장 색깔도 검정색이었습니다. 물론 가죽재킷이 아닌 정장이었습니다만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었습니다. 다분히 전투적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의도가 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sglee@hankyung.com(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