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자석 책상 앞에 붙어있는 조직도는 이렇습니다. 최수현 원장을 정점으로 바로 밑에 최종구 수석부원장(총괄·보험), 조영제 부원장(은행·비은행), 박영준 부원장(시장)이 있습니다. 4명 모두 2~3달전 금감원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최종구 수석부원장 아래 3명의 임원중 김수일 부원장보(기획·경영지원)를 뺀 권인원, 허창언 부원장보도 올초 옷을 벗었습니다. 조영제 부원장을 모시던 김진수 부원장보도 퇴임했고, 박세춘 부원장보는 부원장으로 승진하며 담당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박영준 부원장이 이끌던 자본시장쪽에선 금융투자감독 담당인 이은태 부원장보만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동엽 부원장보는 부원장으로 승진했고, 최진영 전문심의위원은 금감원을 떠났습니다.
그러고보니 부원장보 이상 13명의 임원중 조직도에 나온 직무대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김수일, 이은태 부원장보와 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맡고 있는 오순명 부원장보 등 3명 뿐입니다. 나머지는 퇴임이나 승진으로 담당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최수현 전 원장이 금감원을 떠난 게 작년 11월18일이니, ‘엉터리 조직도’가 3개월 가까이 붙어있는 셈입니다. 금감원이 기자실에 새로운 조직도를 배포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청와대에 보낸 부원장보 후보에 대한 검증결과가 아직도 안나왔다는 겁니다. 조직도에 함께 실리는 실·국장 인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새로 만들겠다는 거죠.
진웅섭 원장의 부원장 후보 선임과 청와대의 검증, 뒤이은 부원장보 후보 선임과 검증에 각각 한달 넘게 걸리다보니 새로운 수장이 온지 석달이 됐는데도 금감원의 조직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입니다.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느려 터진’ 속도임에 분명합니다. 인사가 늘어지면서 금감원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빠르면 설 연휴 전에 부원장보 인사가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국장-팀장-팀원으로 이어지는 후속인사까지 모두 마무리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담당 임원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새로운 실이나 국을 만드는 조직개편도 있을 거라고 합니다. 아마도 ‘꽃 피는 봄’이 올 때 즈음에나 기자석에 붙어 있는 ‘엉터리’ 조직도를 떼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hyeah@hankyung.co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