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샤오미)
지난 10일 중국의 발전개혁위원회(한국의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합쳐놓은 것과 유사한 정부기관)가 미국의 통신칩 제조업체인 퀄컴에 대해 독점권을 남용했다며 징계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60억8800만위안(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에 받는 특허료로 기존에 비해 30% 낮추라고 명령했습니다.
꽤 강력한 조치로 보였지만 퀄컴은 즉각 “중국 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에 내는 특허료가 줄어드는 혜택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휴대폰 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ZTE는 중국의 휴대폰 업체중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다고 반겼습니다. 반면 샤오미는 언론사들의 요청에도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습니다. 최근 중국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메이주도 “아직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우리에게 이익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퀄컴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강요해왔던 ‘특허우산’이 이번에 독점권 남용으로 지적을 받아 사라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각 휴대폰 제조업체에 자사가 특허를 보유한 통신칩을 제공하면서 반대급부의 하나로 각 제조업체가 보유한 특허 사용권을 위탁받았습니다.이를 통해 퀄컴의 통신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끼리는 경쟁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들어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똑같이 퀄컴의 칩 고객이라는 이유로 샤오미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무상으로 쓸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삼성전자같은 대기업이 이런 부당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퀄컴이 휴대폰 통신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개위는 퀄컴의 이런 특허우산을 독점권 남용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제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의 특허우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중국 언론들은 샤오미와 오포 등 특허가 없는 신흥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화웨이는 약 3만건의 통신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ZTE도 2013년말 기준으로 1만6000여건이나 됩니다.반면 샤오미는 10건,오포는 103건에 불과합니다.
이제 화웨이나 ZTE 등이 특허우산에서 빠지게 되면 퀄컴덕에 무임승차했던 샤오미 같은 회사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특히 화웨이나 ZTE가 자사의 특허료를 챙기기위해 신흥업체들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화웨이와 ZTE가 샤오미 오포에 특허 침해를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중국언론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허우산의 해제로 중국 휴대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특허료가 낮아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칩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IT(정보기술)평론가인 쑨융제는 “4세대 통신칩의 경우 기술특허의 80%를 퀄컴이 장악하고 있다”며 “퀄컴이 칩 가격을 올려도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발개위의 이번 조치가 당초 의도대로 퀄컴의 독점력을 무너뜨리고 휴대폰 시장의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