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돈 많은 글로벌 기업, 회사채 발행 서두르는 이유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양준영 국제부 기자)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올들어 회사채 시장을 잇따라 노크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매력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7억50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회사채 발행 규모로는 올들어 최대입니다. 앞서 지난주 애플은 65억달러, 제약회사 머크는 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MS가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3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당초 70억달러어치를 계획했지만,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고 합니다. 만기는 5~40년으로 다양합니다. 회사측은 자사주 매입과 자본 지출, 기존 부채의 상환 등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S는 내년말까지 취득하기로 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한도가 310억달러 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MS는 최고 신용등급인 ‘AAA’ 등급을 가진 몇 안되는 미국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보니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보다도 발행 조건이 좋았습니다. 애플은 ‘AA등급’입니다. 이번에 발행된 MS의 10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미 국채 10년물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인데, 지난주 발행된 애플의 10년물 회사채는 0.85%포인트 높은 수익률이 책정됐습니다. MS가 적어도 한 분야, 즉 채권발행 면에서는 애플보다 앞섰다는게 WSJ의 해석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는 것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초저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웰스파고 자산운용의 짐 코챈 수석 채권전략가는 “MS의 회사채 발행은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없어도 매우 유리한 조달조건을 활용하려는 투자적격 등급의 기업들의 패턴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애플과 MS는 해외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이 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높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낮은 금리로 빌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셈입니다. 최근 주요 선진국의 국채 수익률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보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글로벌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애플은 달러·유로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프랑 표시 회사채 발행도 추진 중입니다. 65억달러어치를 발행한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을 발행주간사로 지정했습니다.

지난달 스위스중앙은행(SNB)이 환율 하한선을 폐지하면서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 수요도 증가하면서 스위스 국채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회사채 금리가 국채 금리와 연동되는 만큼 애플도 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WSJ는 애플이 발행할 채권 만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기 채권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에도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주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의 단기 유로화표시 회사채는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된 바 있습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5.03.1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