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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로펌 파트너가 전하는 日 법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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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회부 배석준 기자) 지난해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내년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국 등 유럽연합(EU) 로펌이 내년 7월부터, 미국 로펌은 2017년 3월부터 합작로펌 설립과 국내 변호사 고용이 가능해집니다. 법조 기자로 일본 법조계를 통해 한국 법조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기 위해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습니다.

한국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듯이 일본도 니시무라 아사히란 최대 로펌(법무법인)이 법률시장 개방 전후로 계속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달 14일 니시무라 아사히의 가와이 고조 파트너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일본만의 특성을 우선 꼽았습니다. 그는 “글로벌 로펌이 오고 나서 빅뱅이라 불릴 만큼 큰 혁신이 왔다”며 “글로벌 로펌은 금융 등 주요한 소송에 집중했고 많은 일본 변호사들을 데려갔다”고 전제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본 변호사들은 처음 일을 시작한 로펌에서 이직을 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 기업의 특성도 이러한 현상을 유지시켰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기업의 해외투자(아웃바운드) 사건에서 주로 일본 로펌을 고집했습니다. 한국 법률시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본 법조계에서 어떤 변호사와 로펌이 살아남았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주로 극소수의 대형 로펌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세, 기업공개(IPO) 등 특수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로펌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변호사 숫자 등 양적인 규모를 갖춘 로펌이 아니라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로펌이 더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인 로펌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도 법률시장이 개방된 가운데 변호사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법조계의 양극화도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2005년 일본 등록 변호사가 2만1185명에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작년에는 3만5045명에 달하게 됐습니다. 일본 법률 시장 규모가 한해 약 9조100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많은 수의 변호사가 배출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한해 판사, 검사, 로펌 소속 변호사, 기업 법무팀 등 법률 사무에 필요한 인력은 약 400명 규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무늬만 변호사’로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등록하거나 사실상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하는 변호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로펌뿐만 아니라 변호사도 전문성을 가진 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됐습니다. 가와이 고조 변호사는 “한 로펌의 변호사들 중 3~4명이 파트너 변호사가 된다”며 “경쟁력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한국도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역시 단순 변호사 자격증만 소지한 채 정치 등에 기웃거리는 변호사는 법률시장에서 도태되서 사회적으로 아무런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언력을 가진 법조인의 10년 후 모습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생존과 도약을 모색하는 일본 법조계는 자체적으로 변호사 숫자 줄이기에도 들어갔습니다. 가와이 고조 변호사는 “변호사 배출 숫자는 빅이슈”라며 “사회적으로 변호사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000명 이하인 1810명으로 줄였습니다. 단계적으로 1500명까지 감축한다는 방침입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7.0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