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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전쟁 가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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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인민은행이 2월5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면적으로 인하했습니다.지난해 11월 금리를 내렸는데도 중국의 경기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지자 추가 통화완화책을 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인민은행은 “경제 펀더멘털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의 강약과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시정책의 조정 배경을 살펴보는 방법 중 하나가 과거의 비슷한 상황과 비교하는 겁니다.확실한 과거를 통해 현실을 진단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짚어보는 거지요.중국이 은행 지준율을 전면적으로 내린 것은 2012년 5월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33개월만입니다.

2012년은 중국 경제에서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요.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로 2008년과 2009년 경제성장률 둔화를 겪은 중국 경제는 2010년 10.4% 성장으로 회복했다가 다시 둔화되기 시작합니다.2012년 성장률은 7.7%로 2011년(9.3%)에 비해 1.6%포인트 둔화될 만큼 경기둔화 양상이 뚜렷했던 해입니다.

이번 은행 지준율 인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히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2012년 상황으로 되돌아갔습니다.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푷는 제조업 PMI가 1월에 49.8로 내려갔습니다.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간겁니다. 50 아래는 경기위축을 의미합니다.

2012년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중국이 1999년부터 13년간 누려온 쌍둥이 흑자(경상수지와 자본수지)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겁니다.2012년 자본수지가 318억달러의 적자를 낸 겁니다. 자본수지는 2013년 3622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기 지난해 다시 96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자본수지 계정 집계를 시작한 1982년 이후 최대 적자폭입니다.

자본수지 적자는 자본유출 우려를 키웁니다.특히 작년 4분기 자본수지 적자가 912억달러로 자본유출은 최근들어 뚜렷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기별 자본유출 규모로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이후 최대폭입니다.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6월말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마쥔 인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은행 지준율 인하 이유로 춘제를 앞두고 자금수요가 많은 계절적 요인과 중앙은행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해진 거시경제조건의 변화(경기둔화)를 꼽으면서도 국제수지상의 큰 변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든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상황에 있습니다.

자본유출은 중국의 유동성 위축 리스크를 키웁니다. 중국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위안화로 환전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게 되는데 그 반대가 되는 겁니다. 지준율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확대 배경으로 자본유출이 꼽히는 이유입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해외에서 유입된 외환을 중앙은행이 환전해 줘 시중에 풀린 위안화가 1184억위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작년 8월 이후 감소세로 다시 돌아선 것으로 감소폭도 2007년 12월 이후 최대입니다.

해외에서 유입된 외환의 환전을 통한 기초통화 창출 효과는 중국 금융시장의 주요 통화공급 통로였습니다.그러나 이 길을 통한 통화창출이 줄어들게 된 겁니다.유동성 확대 필요성이 커진 이유입니다.

자본유출이 커질수록 위안화 절하압력이 커지게됩니다.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기준 가격 대비 제한폭(2%)까지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중국은 지난해 4월 상하 1%인 환율 하루 상하한선을 2%로 확대했지만 제한폭까지 환율이 움직인 경우는 드뭅니다.이지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정치경제적인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위안화 가치는 늘 오른다는 통념을 깨고 최근 위안화는 절하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안화는 지난해 달러대비 2.4% 절하됐습니다..위안화 가치가 연간 기준으로 달러대비 절하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입니다.

자본유출로 생길 유동성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준율 인하와 같은 통화완화 정책을 확대할수록 이는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부진한 수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도 절하추세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로는 위안화가 절하됐지만 엔화와 유로화 등 다른 통화 대비로는 절상추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덴마크 캐나다 호주 등 금리인하에 나서는 나라가 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위안화 절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이번 행보가 환율전쟁에 동참한다는 의도를 보여준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중국이 이슈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의도인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위안달러 환율 흐름을 보면 중국 통화당국이 일단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중국 통화당국으로서도 각국의 통화약세를 위한 부양정책 기조를 좌시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부패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소비 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출 경기마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유로 리스크로 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위안화 약세 유도를 통해 수출 경쟁력 유지가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위안화 약세 유도 필요성을 키웁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 밑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까지 3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납니다.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가치 급락으로 물가 급등을 겪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물론 지준율 인하는 금리인하에 비해 위안화 절하 유도 약발이 떨어집니다.환율전쟁으로 보는 시각에 고개를 젓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하지만 그 때문에 추가 지준율 인하와 금리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당분간은 위안화 절하추세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위안화 절하가 과도하게 이뤄질경우 이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환차손을 피하기 위해서 핫머니의 이탈이 빨라지기 때문이지요.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면서도 매일 개장 전 고시하는 기준가격을 통해 절하 속도를 조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쨋든 중국의 경기둔화와 자본유출이 겹친 상황에서 비롯된 통화정책은 가치가 오를 것으로만 여겼던 위안화 환율의 변동 리스크를 키울 전망입니다. 후강퉁(상하이와 홍콩증시 교차매매 허용)을 통해 중국주식에 투자할 때나 중국펀드에 가입 할 때 위안화 환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보고 헤지를 해야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