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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 중국법인 행사에 중국언론 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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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국 현지 통합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출범식.중국언론들의 관심은 통합법인 출범보다는 이날 참석한 한 중국 금융계인사에 쏠렸습니다.

중국민성(民生)투자유한공사의 둥원뱌오 회장이 주인공입니다.중국언론들은 한결 같이 그가 공개행사에 참석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해외 출국제한이나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은 모두 근거없는 낭설”이라는 둥 회장의 발언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했습니다.

둥 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은 건 지난주말 부패혐의로 민성은행의 행장직에서 급작스럽게 낙마해 중국 금융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마오샤오펑과 둥 회장의 연루설 때문입니다.마오 행장의 낙마를 시진핑 정부의 금융권 사정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둥 회장은 지난해 민성은행을 떠났지만 1996년 중국 1호 민영은행으로 설립된 민성은행의 초대 부행장으로 행장과 회장을 지내면서 마오샤오펑을 행장으로 키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둥 회장과 민성은행 행장에서 물러난 마오샤오펑의 관시(關係) 이야기가 아닙니다. 쌍규(雙規)라는 중국 특유의 부패조사 제도 이야기입니다. 둥 회장의 공개행보 자체가 뉴스가 되는 건 쌍규라는 제도 탓이 큽니다.

쌍규는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장소에서 문제의 인물에게 해당 혐의사항의 설명을 요구하는 조사행위를 말합니다.일반적으로 호텔등에서 조사가 진행되는데 명확한 설명을 끝내기 전까지는 계속 붙들어 둡니다. 중국의 사법 절차 진행 전에 인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공산당 규정으로 정한 중국특색의 조사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형법 등에서 규정한 체포 등과는 다른 개념이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족은 물론 직장에도 통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인과 관료의 실종 보도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실종 이후 며칠 뒤면 어김없이 부패혐의 등을 적시하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기사화되곤 하지요.

둥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아직 쌍규를 받지 않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반면 마오샤오펑은 1월25일부터 당 기율위원회로부터 쌍규를 받아 연락이 끊겼고,급기야 1월30일 당 기율위원회가 은행감독위원회에 통지하면서 그의 낙마가 확인됐습니다.가족도, 회사도, 감독당국도 모르게 조사를 받는 게 쌍규인 셈입니다.

쌍규는 개혁개방 초기 부패가 빈발했던 1990년 12월 국무원(중앙정부)이 마련한 행정감찰조례에 처음 등장합니다. 1994년 5월 공산당기율검사기관 안건 조사업무조례에 쌍규가 들어가면서 당내 조사행위의 근거가 됩니다.

중국에서 당의 조사가 사법 조사보다 우선 하는 것은 공산당 지배체제를 보여줍니다.특히 정부의 고위직 대부분이 당원인데다 당고위직을 겸하고 있어 당의 부패조사는 곧 공직자에 대한 부패조사로 연결됩니다.정부부처 마다장관이 있지만 당서기가 있고,대학에도 총장이 있지만 당서기가 있는 식입니다.사법적인 처벌은 당에 대한 처벌을 준하는 수준입니다.사법이 당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민성은행은 중국의 민영은행이지만 마오샤오펑은 행장을 하면서 당서기도 겸했습니다.행장직은 본인이 사직서를 내 민성은행 이사회가 수리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당서기는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1월30일 면직처리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중국 법 위에 당이 있는 건 최근 낙마한 부패한 관료들의 혐의에 간통죄가 있는 데서도 확인됩니다.중국 법에는 간통죄가 없습니다. 단지 중국 공산당 규정에 간통을 금지하고 있어 처벌 대상이 된 겁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 출범식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행태 뒤에 비친 쌍규제도의 존재는 중국 법치주의의 한계를 보여줍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당 대회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내세웠습니다.하지만 쌍규제도 등 당이 사법부에 우선하는 현행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한 입법 행정 사법의 3권분립을 기초한 진정한 법치는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법치주의가 중앙의 정책을 대책으로 맞서는 지방정부에 대한 군기잡기 용 수단에 머물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지방의 사법을 지방정부로부터 독립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으로 이어지는 중국 지도자의 교체,그에 따른 정책변화도 공산당 일당체제 지배 강화라는 기조는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도 '당내 민주화'를 강조하는 수준에 머무는 중국에서 당으로부터 독립된 입법 사법 행정의 서방식 3권분립은 요원해보입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10.23(수)